「PC야, 물렀거라!」
특정 목적을 위해 제작된 특정 용도의 전자제어 시스템인 임베디드 시스템이 포스트PC시대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예전에는 PC와 서버 등 컴퓨터가 하던 역할을 다른 시스템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임베디드 시스템이 PC를 제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것.
최근의 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세계적으로 49억대에 달했던 임베디드 시스템은 오는 2002년 73억대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PC가 전세계적으로 10억대 미만 보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임베디드 시스템 시장이 얼마나 유망한지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베디드 시스템은 내장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동해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는 기기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결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그런데도 임베디드 시스템이 각광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IT분야에서 추구해온 제품 개발방향이 범용성 증대라는 데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최적화된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가능한 한 많이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둘째 정보기기의 보급 확대에 있다. 전통적인 PC나 중대형 컴퓨터에서 벗어나 PDA·휴대폰·세트톱박스·디지털TV·게임기기 등 정보기기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이 임베디드 시스템 폭증의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인터넷이 통신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PC 외에 다양한 정보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등 네트워크화 추세가 진척됐다. 전화·게임기가 웹에 묶이고 MP3플레이어·전자책·가정보안시스템·냉장고 등이 네트워크화하는 추세가 보편화됐다.
이처럼 정보단말기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한층 강력해지고 이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임베디드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임베디드 시스템은 극히 단순했다. 8비트나 16비트 컨트롤러에 제한된 동작을 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시스템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DSP칩이 보편화되면서 사용영역이 넓어졌고 관련 소프트웨어도 발달했다. 특히 대형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임베디드 운용체계(OS)가 등장하면서 임베디드 시스템의 지능화는 한층 탄력을 받았다.
세탁기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단순히 세탁과 탈수 기능만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옷감의 종류를 비롯해 세탁할 옷의 양, 물의 온도 등을 고려해 손세탁과 거의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개선됐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작업을 임베디드 시스템이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장자동화(FA) 분야는 임베디드 시스템 적용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공장자동화에 들어가는 자동화 장비와 설비들이 바로 임베디드 시스템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임베디드 시스템이 공장자동화의 발전과 역사를 함께 해왔다 해도 무방하다. 미리 작성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중앙제어시스템에서 무인으로 제품의 설계·제조·조립·검사 등의 생산공정을 거쳐 창고에서 제품이 출하되는 일체의 생산과정을 자동 관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가정자동화(HA)에도 임베디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특히 블루투스 등 무선제어 기술과 관련해 임베디드 시스템 분야에서 한층 더 활발한 연구·개발이 전개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PDA가 임베디드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기기다. PDA는 소형 컴퓨터로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어 향후 임베디드 시스템 시장의 주력 제품이 될 전망이다.
가전 부문에서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넣지 않았거나 프로그램을 탑재하지 않은 가전제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임베디드 시스템의 적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간단한 제품들은 프로그램 없이 직접 회로를 설계해 해결하지만 최근의 지능적인 제품들은 거의 임베디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주위의 밝기에 따라 조도가 바뀌는 스탠드, 주변의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화질의 명도가 바뀌는 기능을 탑재하거나 적당한 시간에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TV 등이 모두 임베디드 시스템이다.
초기 임베디드 시스템은 단순해서 운용체계 없이 사람이 순차적인 프로그램을 작성해 실행되도록 했고 중간에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순차적인 프로그램에서 잠시 벗어나는 정도였다. 굳이 운용체계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스템 자체가 커지고 네트워크나 멀티미디어가 시스템에 기본으로 자리잡으면서 임베디드 시스템이 수행해야 할 작업들도 많아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순차적인 프로그램 작성이 매우 어렵게 됐다.
임베디드 시스템에서도 운용체계 개념이 필요했고 더 나아가 실시간이라는 요소를 만족시켜야 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실시간운용체계(RTOS)가 도입됐다. 여기에는 산업용·가전에서 많이 쓰이는 VxWorkx·QNX 등과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임베디드 리눅스 및 윈도CE, 임베디드 NT가 있다. 산업용 임베디드 운용체계는 자동화 부문에서 이미 오랫동안 활용돼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휴대폰·PDA·세트톱박스와 같은 정보단말기기의 급속한 보급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임베디드 자바(java)」도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사용자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돌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자바가 많이 쓰이면서 PC류 외에 PDA나 휴대폰 등에서 무선 인터넷게임과 같은 자바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부여한 것이 바로 임베디드 자바다.
임베디드 인터넷은 인터넷 통신을 위해 필요한 TCP/IP 스택을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해 일반 기기도 인터넷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임베디드 인터넷 시스템은 운용체계를 탑재하지 않고서도 일반 인터넷 통신환경에서 운용될 수 있으며 초저가·초소형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업체들이 임베디드 시스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들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디지털DNA」를 사업모토로 표방한 모토로라가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을 비롯해 삼성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특히 임베디드 칩에 포팅하는 기술이 시스템 구성의 관건이 되면서 ASIC업체들의 참여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PDA 분야에서는 미국 스리콤이 독자 운용체계 및 시스템으로 앞서가고 있고 국내에는 팜팜테크·제이텔·엠플러스텍 등이 임베디드 리눅스를 PDA에 응용하고 있다.
임베디드 커널 설계기술이 사실상 임베디드 시스템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는 임베디드 시스템 분야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축으로 한 윈도CE 계열, 윈드리버 등 RTOS 계열, 리니오 등 리눅스 계열사들이 다양하게 버티고 있다. 특히 리눅스 분야에서는 국내 업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리눅스코리아·리눅스원·리눅스인터내셔널·한컴리눅스·쓰리알소프트·미지리서치 등 약 200개 업체가 임베디드 리눅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리니오와는 삼성전기·삼성전자 외에 대신정보통신이 제휴 관계에 있고 LGEDS시스템·코오롱정보통신 등도 임베디드 리눅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전자통신연구원이 순수 국내 기술로 RTOS를 내놓기도 했다.
가전분야에서는 디지털TV 세트톱박스 부문에 삼성전기·삼성전자·LG전자 등이 RTOS 등 임베디드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자동화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다산인터네트·성지인터넷 등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LG산전이 자체 제품에 적용시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를 비롯한 맥산시스템 등이 임베디드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