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 산업의 국제 경쟁력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이번에 국내 컴퓨터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제경쟁력 측정기법 중 하나인 무역특화지수(TSI)를 채택했다. 물론 국제경쟁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수출입 규모,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 특정분야에 종사하는 종업원수 등 평가요소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들은 개량적인 면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동안 컴퓨터업체들은 수출의 규모에 따라 지수를 평가하는 RCA방식을 많이 활용해 왔다.







하지만 정보산업연합회는 이번에 무역특화지수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수출요인만을 분석하는 RCA 지수산정 방식과 달리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고려하고, 세계 통계를 이용하지 않고 국내 통계만을 활용해 특정 품목의 국제경쟁력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경쟁력을 측정하는 기법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이 지수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값을 수출과 수입을 더한 값으로 나눈 것이다. 이 지수는 수출이 0이면 -1이고 수출과 수입이 같으면 0, 수입이 0이면 1이 된다. 무역특화지수는 수출과 수입에 따라 -1에서 +1까지로 표현된다. 가령 무역특화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즉, 동일제품의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그만큼 국제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에서 +1까지의 변화를 일정기간동안 정리해서 보면 해당제품의 국제경쟁력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통상 무역특화지수가 0.5 이상을 나타내야만 국제무역시장에서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보산업연합회가 이번에 무역특화지수를 활용해 국내 컴퓨터관련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 TSI가 높은 제품은 데스크톱 컴퓨터(0.78), 광자기드라이브(ODD 0.76), 음극선관모니터(CRT 0.94), 음극선관단말기(0.99) 등 4개 품목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많은 물량의 제품이 해외에 수출되어 수출주력제품으로 국제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0㎏ 이하의 휴대형PC(0.41)를 비롯해 키보드(0.18), 문자독취장치(0.02) 등도 플러스 점수를 받아 국제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무역특화지수가 마이너스인 품목들도 많아 무역수지 불균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중형컴퓨터(-0.95), 대형컴퓨터(-0.48), HDD(-0.19), 마우스(-0.89), 잉크젯프린터(-0.27), 사운드카드(-0.95), 음성입출력장치(-0.80), 주기억장치(-0.62), 영상카드(-0.77), 데이터프로젝트(-0.92) 등은 -0.7에서 0.95점에 이르는 점수를 받았다.







이들 제품은 수출은 거의 없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즉, 수입에 의존하니 국제경쟁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계 시장에서 국내 컴퓨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9년 우리나라 컴퓨터 관련 산업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전년(2.8%)에 비해 0.4%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대만과 싱가포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각각 7.3%와 8.6%로 조사됐다. 규모면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이들 국가에 비해 상당히 적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들 국가는 점유율이 해마다 높아지거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국내 컴퓨터산업의 수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관련 제품이 90년대 들어 가전산업에 이어 반도체와 더불어 꾸준하게 정보산업의 수출 주도품목으로 자리잡으면서 95년부터 99년까지 수출성장률은 수입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모니터, 프린터, ODD, FDD 등 품목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FDD, HDD, ODD 등의 보조기억장치는 90년대 중반들어 흑자로 돌아서 98년에는 각각 1319만달러, 4억1247만달러, 6억3224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모니터는 94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99년에는 20억5613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를 지속해 오던 프린터는 98년 들어 5498만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지만 99년에는 반전돼 다시 5539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보산업연합회는 『국내 컴퓨터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연구개발역량을 최대한 활용, 연구개발 과제의 사전 기획단계부터 산·학·연간에 역할을 분담하고 선진 기업들의 표준화 컨소시엄에 국내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