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시장에 대한 파악이 어느정도 끝났습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JVC브랜드를 알리면서 영업망과 AS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일본 빅터의 한국법인 JVC코리아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은 지난 10월 부임후 두달간 한국 가전시장의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전국 주요 전자상가와 대리점을 자주 둘러봤다.
일본 본사에서 주요 양판점을 전담하는 정통 영업맨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데구치 사장은 『문화생활 수준이 높아 인구에 비해 시장성이 높으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고 한국 가전시장에 대해 조심스런 평가를 내렸다.
이데구치 사장은 『부임 초 한국 소비자들이 소니는 잘 알면서 JVC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난감했다』고 말했다.
JVC코리아 사장으로 발령나기 직전에 중국 지사장을 지낸 이데구치 사장은 『중국에서는 JVC의 브랜드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강조하면서 『JVC코리아가 한국시장에서 우선 해야 할 일은 「빅터(VICTOR)」와 「JVC」가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인 것 같다』며 농담을 던진다.
사실 JVC는 전세계에 약 3만6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연간매출(99년도 기준)도 8700억엔이 넘는 73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으로 일본·미국·유럽·아시아 등의 AV시장에서 일본업체 가운데 소니·파나소닉 등과 함께 톱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빅터를 아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지만 JVC와 빅터가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JVC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주최하는 2002년 월드컵 공식스폰서업체로 관련 방송장비를 공급하게 됩니다. 따라서 2002년을 기점으로 JVC의 한국내 인지도는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JVC가 올해 한국법인을 서둘러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이데구치 사장의 설명이다.
JVC는 한국시장에서의 소니 인지도에 다소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데구치 사장은 『JVC의 상품력이 아직 한국시장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상품 자체를 비교하면 소니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며 『우선 디지털캠코더·카오디오 분야를 중심으로 상품력을 알리고 추후 TV 등의 확대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JVC는 올해 한국 AV시장 규모를 약 1500억엔, 3년후인 2003년에는 1700억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구치 사장은 『특히 한국시장은 디지털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시장성이 매우 높다』며 『디지털AV시장에 관한 한 향후 2∼3년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JVC코리아는 소니코리아·샤프전자 등과 마찬가지로 내년초 자체 인터넷쇼핑몰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쇼핑몰은 당분간 보조수단으로 사용할 뿐, 주 유통채널은 미토상사로부터 인수인계받은 기존 대리점망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할인점·양판점 등의 신유통망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주요 가전업체들의 잇따른 한국시장 진출과 관련해 이데구치 사장은 『한국시장은 충분히 시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업체간 경쟁으로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구치 사장은 특히 자사와 자본관계가 있는 마쓰시타전기(나쇼날파나소닉코리아)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파나소닉과 JVC는 일본과 해외시장에서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해 왔다』며 『한국시장에서도 JVC의 AV분야 전문성과 마쓰시타전기의 다양한 상품력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구치 사장은 어떤 국가에서든 현지법인은 그 국가의 문화와 조화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JVC코리아가 일본 빅터의 기업이념인 「문화에 공헌, 사회에 봉사」를 한국에서도 견지해 나가도록 노력한다는 게 이데구치 사장의 결심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이데구치 사장은 우선 전세계 단위로 JVC본사가 진행되고 있는 재즈페스티벌·도쿄비디오페스티벌 등 각종 이벤트에 한국소비자들이 참여하도록 적극 홍보하는 한편 JVC코리아 차원에서도 한국사회에 공헌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