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직원들에게 끊이지 않는 희망을 제공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업의 씨를 뿌려야 거둘 수 있는 때가 오지 않겠습니까.』
현대종합상사(대표 정재관)의 인터넷사업을 책임지는 미래사업본부 김봉관 본부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룹의 계열분리에 따라 조직이 완전 「독립」해야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중공업 등이 모두 분리되면서 현대상사로서는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줄지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적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근본적인 과제에 직면한 셈이다.
김 본부장이 말하는 조직의 새로운 사업이나 희망의 실체는 인터넷 비즈니스다. 『기존의 종합상사가 상품의 거래상이었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정보」의 거래상입니다.』 위기가 곧 새로운 출발이고, 인터넷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분명히 자리매김한다고 강조하는 김 본부장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현대상사의 대안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회사가 김 본부장의 인식과 함께 한다는 것은 지난 8월 정보통신사업분야가 미래사업본부로 귀속된 데서도 알 수 있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로 나뉜 정보통신 1, 2팀은 온오프라인에 걸쳐 서비스 영역에 집중돼온 기존 미래사업본부의 사업영역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이사는 올 한해 인터넷 사업의 전략을 「속도와 공격성」으로 삼았다. 종합상사의 성격이 특정분야의 제조를 맡거나 기술을 갖고 있는 집단이 아닌 만큼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전자상거래(EC) 인프라에 초점을 맞춰 물류사업이나 지불, 솔루션 등에 집중 투자했다.
내년에는 벤처 해외지원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상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현지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벤처의 해외합작지사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존 벤처투자팀과 별도로 올 5월 신설한 해외벤처팀을 「글로벌전략팀」으로 개명하고, 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정보통신사업분야중 인터넷과 관련된 정보단말기나 네트워크장비의 해외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79년 현대상사에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영업분야에서 15년, 구매분야에서 5년을 보냈다. 이중 10년이 해외지사 근무다. 김 본부장의 표현을 빌자면 「장사만 해왔다」는 것이다.
조직의 큰 변화가 예견된 올 초 미래사업본부를 맡게 된 김 본부장은 『20년간 몸 담아온 조직에서 차세대 성장엔진을 찾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는 점에서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현대상사의 변신을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