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R&D가 중요한 이유

◆서평원(徐平源) LG전자 사장

최근 비동기식 IMT2000 핵심기술이 비동기 본고장인 유럽에 수출된 일이 있었다. 과거에도 기술수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동기의 본고장 유럽에, 그것도 IMT2000 핵심기술을 수출하게 된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 기술을 수출한 LG전자는 기술수출을 통해 상당한 금액의 로열티 수입도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기술은 기술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포장해서 팔 수 있는 「상품」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유형·무형의 상품이 존재하고 특허·지적재산권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상품들이 오히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기술을 상용화했고 현재 세계 최대의 CDMA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CDMA 종주국이다. 하지만 CDMA 원천기술을 미국의 퀄컴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적지 않은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고, 부품 국산화도 상당히 진전됐지만 일부 핵심부품은 아직도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3세대, 즉 IMT2000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우리 기업들이 동기 및 비동기 관련 기술표준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핵심기술 관련 특허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특허 상호 공유를 통해 이러한 기술료 부문도 불리하지 않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국내 통신업체들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 세계시장에서 선진업체들과 맞설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원천기술은 해당 분야의 핵심기술이며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선진기업의 예를 보면 자사가 확보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통해 기술표준화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로열티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기술력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친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제품은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브랜드를 회사명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니·GE·포드·노키아·필립스 등 많은 선진기업들이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사명을 브랜드화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최근 대대적인 CI(Corporate Identity) 작업을 통해 기술력과 연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브랜드파워는 기술력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R&D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시장의 흐름을 분석함으로써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개발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즉 마케팅 측면에서의 R&D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오늘날과 같은 고객지향적 시장에서는 R&D도 철저하게 고객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나아가서는 고객 니즈 분석을 통해 시장을 예측함으로써 시장을 주도하는 R&D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R&D·마케팅·생산 등 관련 부문이 연계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R&D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력확보가 필수적이다.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는 곧 기술의 질(quality)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확보된 인력에 대해서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적극 양성하는 한편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도입해 동

기부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와 함께 과감한 R&D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글로벌한 연구개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시시각각 변하는 새로운 정보와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R&D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R&D는 마치 나무뿌리 같아 많은 노력을 하고 잘 가꾸면 깊이 뿌리를 내려 주위의 어떤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지만, 그렇지 못하면 기업이라는 나무가 뿌리째 쓰러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좋은 열매가 나오기 위해서는 튼튼한 뿌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