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무선인터넷은 올해를 뜨겁게 달군 정보기술(IT) 분야 최대 화두로 부상하면서 태동기를 맞았다. 수많은 전문 벤처기업이 탄생했으며 대기업도 이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야후·다음·라이코스 등 내로라하는 포털업체들도 모두 무선서비스에 눈독을 들였다. 유선과 무선을 통합한 서비스도 등장하는 등 각 분야에서 무선인터넷은 놓칠 수 없는 황금알로 부상했다.
무선인터넷 가입자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무선인터넷 가입자수는 올 초 100만여명 수준에서 지난 7월 10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1월 1500만명을 돌파, 매달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적용 분야도 휴대폰단말기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뉴스·기상정보·증권정보 서비스에서부터 실제로 매수·매도 주문을 낼 수 있는 증권거래 서비스, 초보적인 단계지만 물건구입 후 결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무선전자상거래(m커머스)로 다양해졌다. 서비스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무선인터넷 게이트웨이를 비롯한 각종 솔루션산업도 함께 발전했다.
올초 WAP와 ME 진영으로 나뉘던 무선인터넷 표준 논쟁은 2·4분기에 들어서면서 한풀 꺾였다. 대신 인터넷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이 「수익성」으로 옮겨가면서 콘텐츠 유료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3·4분기부터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가 특정 이통사에 종속되기보다는 한개의 콘텐츠를 여러 이통사에 제공하는 독립포털의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음성통화에 이어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이동전화 사업자들과 이들에게 종속되지 않으려는 CP간 힘겨루기는 계속됐다. CP의 입장을 대변하고 공동 기술개발 및 마케팅을 기치로 내건 6, 7개 CP연합체가 구성됐다.
이들 연합체는 독립포털의 경우 이용자들이 어떤 이통사에 가입하더라도 제한없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이성을 가져다 주고 CP도 수익성을 확보, 궁극적으로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세력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사용하는 각기 다른 무선인터넷 언어를 호환시켜주는 컨버팅 툴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기술측면에서는 단순한 문자데이터 송수신 수준을 한단계 뛰어넘어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까지도 지원할 수 있는 기술들이 대거 선을 보였다.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한번 다운로드를 통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즐길 수 있는 자바버추얼머신 개발이 큰 축을 이뤘고 IMT2000 전단계로 IS95C(cdma2000 1x)에서 사용할 수 있는 VOD시스템 개발도 빠르게 진행됐다.
또 개인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간(B2B) 솔루션도 대거 등장했다. 우선 휴대폰을 이용해 수신된 e메일을 확인하고 기업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등의 기능이 개발돼 일부 기업에서 활용 중이다. 이는 무선인터넷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을
넘어 기업의 업무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 한해 불어닥친 무선인터넷의 뜨거운 열기는 곧 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 등장과 명확한 수익모델 확보라는 숙제를 남겼다. 무선콘텐츠 유료화 및 CP들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국내에서 수익을 내는 CP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에 불과했다. 유선인터넷 분야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들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사용할 만한 콘텐츠가 아직까지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어느 정도 매출이 일어나는 부분은 캐릭터·벨소리 다운로드 등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무선 콘텐츠 유료화는 비단 CP들의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무선인터넷의 산업기반을 다지고 품질높은 콘텐츠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라는 데 콘텐츠사업자·이동전화사업자·정부 모두 공감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한국통신프리텔을 비롯한 사업자들은 각기 CP 육성책을 내놓고 이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막강한 자본력과 탄탄한 기획력으로 무장한 일본 콘텐츠업체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채 자리잡기도 전에 해외업체들에 안방을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인프라·솔루션
올해 국내 인터넷 이용인구는 1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네티즌이 될 전망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도 이 가운데 400만명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터넷 이용인구는 상반기 급증세를 유지했으나 하반기들면서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IPv6 연구개발이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기존 IP주소체계는 IPv4로 할당가능한 주소가 42억개 정도다. 그러나 IPv4는 정보가전, 무선인터넷 등으로 늘어나는 주소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IP주소가 고갈되는 실정이다. IPv6는 3.4×10³●에 해당하는 주소수를 지닌다. 이는 세계인구를 다 합쳐도 1인당 2억개 이상의 IP주소가 할당된다. 이미 일본·미국·유럽 등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뒤늦게나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한글도메인이름의 등장도 올해 나타난 주요한 변화다. 한글도메인이름은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줘 인터넷 이용층을 전 국민으로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 확산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와 전자상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B2C, B2B 등 전자상거래 솔루션의 성장과 발전도 돋보였다. 올해 솔루션 시장의 커다란 흐름 중 하나는 패키지나 턴키방식의 공급전략에서 솔루션을 임대해 사용하는 ASP방식으로 점차 전환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솔루션은 B2B 열풍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대기업을 비롯한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하며 e마켓플레이스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선데다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전자구매 및 입찰시스템 도입에 앞다투어 나섰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오라클·IBM·i2테크놀로지 등 IT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외산 솔루션업체 외에 커머스원·아리바 등 B2B전문 솔루션업체도 국내에 진입했다. 여기에 이네트나 파이언소프트 등 머천트 솔루션으로 시작했던 국내 B2C업체들이 B2B 분야로 영역확대를 꾀했으며 아이컴피아·인터웹 등 전자구매 분야에 특화한 제품을 무기로 한 업체들도 등장했다.
메일 솔루션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나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ASP방식으로 전환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볼 수 있다. 쓰리알소프트·드림인테크 등이 기본적인 메일기능뿐 아니라 부가기능을 첨가했으며 중국을 비롯한 해외진출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또한 EC시장이 확산되면서 지불·결제솔루션도 확실한 틈새시장을 형성했다. EC환경에서는 안전한 금융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주로 신용카드 및 전자화폐에 집중됐던 지불·결제솔루션도 올해는 상품권·유무선인터넷·전자우편·전화·TV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자들에게 선보여 시장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지불·결제 솔루션은 e마켓플레이스 등 B2B환경은 여전히 시험가동 단계이고 아직 B2C에 머물러 있으며 다수의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환경이 악화된데다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채산성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인터넷 보급과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개인정보 및 네트워크, 기반 인프라 보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보안 솔루션 시장의 경우 지난해가 태동기였다면 올해는 성장기 진입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인터넷 보안산업은 연초부터 국내외에서 잇따라 터져나온 해킹·바이러스 사건이 알려지면서 산업계 일반에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정부차원의 지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등 어느 때보다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올해에는 정보보호 붐에 따라 신규 벤처업체들의 무더기 시장진출과 삼성·SK·LG 등 대기업 계열사, 베리사인, 볼티모어테크놀로지스, 엔트러스트, RSA, 네트워크어쏘시에이츠(NAI) 등 해외업체 가세로 치열한 시장경쟁체제로 진입했다.
국내 보안 솔루션 시장은 업체들의 잇따른 시장진출로 생존경쟁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에는 국내시장 공략과 더불어 해외시장을 겨냥한 글로벌전략이 지속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