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강 정립구도의 한 축을 형성하던 LG그룹이 통신사업 시작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통신부문을 비롯, 지주회사격인 LG전자, 나아가 그룹 차원의 21세기 비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획득해야만 할 IMT2000 사업권에서 탈락한 것이다.
LG그룹의 통신 인프라는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최근 터진 잇단 악재로 통신사업 전면 재검토에 돌입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엄청난 돈을 퍼부어 인수한 데이콤은 수익성도 불투명한 판에 노조의 파업이 15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최대주주로 올라선 하나로통신마저 동기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다.
관심은 LG가 동기로 재도전할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공식적으로는 「검토중」이라는 답변이지만 분위기는 매우 긴박하다. 게다가 3위 사업자로 동기에 발을 들여 놓는다 해도 승산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LG의 동기 신청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 되는 「출혈」이 너무 심하고 이를 감당할 만큼 그룹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이다.
일단 LG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세가지로 압축된다. △차제에 통신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 △서비스는 포기한 채 장비 전문업체로만 남는 대안 △동기로 선회, 그룹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에 나서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어떤 방안도 그룹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통신사업을 접는다면 「대한민국 2위 재벌」의 위상에 타격을 입고 재계 서열도 추락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장비사업에 전념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이미 단말기 부문을 필립스에 매각 내지는 합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마저도 옹색한 처지가 된다.
서비스를 유지한 채 현재와 같은 체제를 밀고 나간다면 그야말로 「승부수」를 띄우는 셈이 된다. 그룹 역량을 총동원, IMT2000에서 판을 바꾸겠다고 나온다면 무시못할 다크호스로 등장하겠지만 「승산」이 높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거함 LG호가 어떤 선택을 하건 국내 통신시장의 지각 변동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