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증시결산>2회-사이버트레이딩 급증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사이버트레이딩이 새로운 주식매매 패턴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해 주목받았다.

지난 1월 전체 주식거래 중 44.6%를 차지했던 사이버트레이딩 비중은 올해 주식거래 비중의 70%에 육박할 만큼 급증했다. 지난 98년 1월 1.3%에 불과했던 사이버트레이딩은 지난해 10월 30%를 넘어서면서 급류를 타기 시작했으며 증권사들의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내년에는 약 70∼80%선을 유지할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사이버트레이딩에 발빠르게 대응했던 일부 선두권 업체들의 경우는 특히 그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LG·대우·현대·삼성 등 5대 증권사의 사이버트레이딩 거래규모를 보면 올 1·4분기에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선 이후 6월 500조원, 10월 1039조2576억원 등으로 분기마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처럼 사이버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이버증권사 출범과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도입, 증권사의 전산시스템 구축확대 등에 기인한다. 올초 E트레이드증권을 시발로 E미래에셋증권·겟모어증권·키움닷컴증권 등이 잇따라 설립됐으며 이들 사이버증권사는 기존 증권사와의 차별화 및 고객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내걸면서 증권업계에 수수료 인하경쟁을 가속화했다.

지난 3월부터 사이버거래를 시작한 E미래에셋증권은 영업개시 2개월만에 1500억∼1700억원의 약정고를 올려 기존 증권사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단숨에 증권사 약정순위 16위로 뛰어오르면서 시장점유율 1.6%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부터 영업을 개시한 키움닷컴증권의 경우는 지난달 1297억원의 약정고를 올려 20위권내로 진입했다. 이 회사도 파격적인 수수료율과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거래로 영업개시 3개월만에 시장점유율 1%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사이버증권사의 갑작스런 등장에 맞서는 기존 증권사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대신증권과 세종증권·동원증권 등 상당수 기존 증권사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사이버트레이딩시스템을 보강하면서 영업점과 지점의 전산망을 강화하고 사이버영업점을 개소하는 등 맞불작전을 펼쳤다. 특히 대신증권의 경우 현재 사이버트레이딩 비중이 80% 이상으로 가장 앞서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면에 부정적인 요소들도 나타났다. 사이버트레이딩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데이트레이딩이 빈발, 주가변동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에 대한 찬반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금감원이 데이트레이딩을 규제한다는 방침까지 내놓기도 했다. 사이버트레이딩이 늘어나면서 증권 관련 범죄도 급증하고 있는데 주가조작뿐만 아니라 ID도용과 정보유출 등 다양한 형태의 신종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또 전산장비 용량초과로 시스템 다운현상이 급증, 증권사들이 올 한해 5억3900만원의 금액을 보상해준 것으로 드러났으며 제3시장의 경우 키보드 입력 착오로 비정상적인 매매가 빈발하기도 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