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업계 공조 활발

국내 브라운관(CRT)업체들의 협력이 활발, 경쟁 일쑤인 다른 업종에 귀감이 되고 있다.

CRT업계의 협력은 단순한 정보공유를 넘어 공동개발과 마케팅 협력로 폭넓게 이뤄지고 있으며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CRT사업의 진로가 장기적으로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서로 힘을 합쳐 활로를 모색하자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연구개발 및 생산기술 협력=CRT업계는 그동안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기술정보를 서로 긴밀하게 주고받았다. 워낙 바닥이 좁아 웬만한 엔지니어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며 국내외 기술 세미나에 발표한 연구성과를 경쟁사 엔지니어에게 상당부분 공개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인간 단순한 정보교환을 넘어 공동개발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 역할을 자임한 것은 지난 7월 CRT제조회사와 부품업체, 관련 학계의 연구개발자들이 결성한 CRT기술연구회(회장 한수덕 LG전자 상무)다.

이 연구회는 초대형 및 고해상도 CRT에 대한 연구개발 공유는 물론 냉음극(콜드캐소드)과 멀티후면판 등 차세대 CRT기술에 대한 공동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연구회는 또 △CRT용 유리의 공용화 및 단순화 △품질규격 통일화 △부품 공용화 및 공동구매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회의 관계자는 『이같은 공동노력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이루고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 우리 업계가 세계 CRT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CRT기술연구회는 오는 19일 오후 2시부터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를 선보이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 해외사업 협력=CRT업계의 협력은 국내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해외시장 위주의 사업구조에다 업체마다 해외공장을 두고 있어 협력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브라질 마나우그 공단에 있는 삼성SDI로부터 연간 70만대 규모의 컬러TV용 브라운관(CPT)를 공급받고 있다. 새로 라인을 신설하거나 인도네시아 등지의 현지공장에서 조달받는 것보다 비록 경쟁사이기는 하나 인접한 삼성SDI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도 LG전자와 공동으로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과 아울러 품귀시 LG전자에 우선 공급하는 등 화답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처럼 성과가 좋자 유럽시장을 겨냥해 웨일스 브라운관 공장에 대형 CPT라인을 신설하려던 투자계획을 보류하는 등 이미 투자를 끝낸 삼성SDI의 독일공장으로부터 공급받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최근 LG전자가 필립스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해 삼성SDI와의 공조체제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으나 협력의 필요성은 양사 모두 절실하기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삼성SDI·LG전자·오리온전기 등 CRT 3사는 같은 권역의 현지공장끼리 부품을 공용화하거나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날로 복잡해지는 기술환경과 신규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경영환경에서 한 업체가 모든 것을 다 개발할 수 없게 됐다』면서 『앞으로 업체간 공조체제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