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조직화 문제

일부 벤처기업이 비대해진 조직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벤처 대부분은 친분관계에 있는 3∼4명이 모여 창업한다. 인원이 적은 초창기에는 협력이 쉽다. 누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누가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서로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적인 유대감도 강해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일을 하게 되더라도 불평하는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과 함께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문제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40∼50명을 대개 한계로 보는데 이때부터 구성원간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고 업무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조직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한다.

최근 인원이 급격히 늘어난 리눅스코리아의 박혁진 사장은 『인적인 관계에서 조직적인 관계로 넘어가고 목표관리에 치중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개인적인 친밀감이 떨어지는데다 조직경험이 없는 구성원들이 전문화나 분화에 익숙하지 않아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경력자 등 소속감이 없는 인력들이 대거 영입될 경우 문화적 갈등도 심각하다.

대기업들의 경우 오랜 경험을 통해 이러한 인사관리나 조직관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나 기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벤처의 경우 이런 노하우가 없다보니 인원이 늘어났을 때 대처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몇몇 기업에서는 아예 전문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조직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는 얼마전 TNC컨설팅(소장 임승환)으로부터 전문적인 팀빌딩 컨설팅을 받았다. 안연구소는 50명의 인력으로 몇년간 지속된 조직이었으나 최근 그 배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현재 직원은 140명 정도로 늘어났다.

안철수연구소의 성백민 과장은 『이러한 급작스런 조직 비대화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같은 컨설팅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팀빌딩 기간을 거치면서 서로의 성격이나 개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개인들에 대한 평가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리눅스코리아는 전문 컨설턴트를 경영고문으로 영입, 조직관리에 대한 자문을 구할 계획이다. 리눅스코리아의 박혁진 사장은 이를 토대로 『목표를 공유하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작업은 사실 일상적인 과정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 내부관리 비중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대부분의 벤처들은 조직관리에 소홀한 실정이다. TNC컨설팅의 임승환 소장은 『전문 컨설팅을 받고 싶어도 경기한파로 엄두를 못내는데다 최고경영자들의 마인드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의 경우 외국과 달리 소규모 조직을 위한 팀워크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이나 컨설팅업체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