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지성은 오늘날에도 이 사회의 기본체제에 속해 ..

정두희 저 「조광조-실천적 지식인의 삶,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중

『오늘날 학자적 지성인으로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개혁하자는 기치를 내걸고 어느 특정한 정당이나 이익 집단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스스로를 학자적 지성인이라 자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어느 이익 단체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지성의 가치는 현실 참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자아 실현을 추구하는 정신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학문의 현실적인 효용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그런 고전적 의미의 독립적인 지성의 존재는 그 사회의 품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성은 오늘날에도 이 사회의 기본 체제에 속해 있지만 그 체제 자체를 객관화해 비판하는 정신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지성적 비판을 가하는 사람은 그 비판의 기준대로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이끌어가는 절제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조광조의 존재는 그 자체로서 그가 살던 시대 조선 왕조의 유교적 품위를 한층 높여주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후대 조선의 유학자들이 그를 길이 기억하고자 했던 것도 이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조광조처럼 기억될 만한 이상주의적 지성을 지니고 있는가?』

메모 :현실적·경제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대에 정신적 품위의 가치는 무엇일까? 한낱 비현실적 이상주의자였을지도 모르는 조광조는 격변의 시대마다 거듭 다시 튀어나오곤 한다. 왜일까? 실업자가 100만에 이르는 이 시대에 경제주체들의 이상적 도덕주의가 보편화돼야 서로를 돕고, 결국은 이 난국을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고은미기획조사부장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