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장 한용외 회장

환경문제가 사회와 국가간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지금. 이미 환경 관련 각종 문제는 하나의 지역을 넘어 국제적인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와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기업이 앞장서서 폐전자제품을 친환경적으로 회수하고 나아가 재활용을 통해 쾌적한 국민생활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0월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설립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폐전자제품의 회수처리와 재활용문제 해결을 위한 협회의 설립은 매우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대 회장직을 맡아 기업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삼성전자 한용외 사장은 초대회장으

로서의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제품의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활용」이나 「환경친화적 생산 및 폐기」 등 환경 관련 문제는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잘못하면 사소한 부분에서도 언론이나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 질타를 받기 일쑤인 것이 사실이다.

한 회장은 가장 먼저 관련업계의 협조를 강조했다. 『회장의 의지로서도 안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은 가전3사를 중심으로 협회가 출범했지만 중소 가전제조업체와 소비자·환경부 등 여러 부문의 노력이 합쳐져야 폐가전의 원활한 처리는 물론 환경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 한 회장은 폐전자제품의 수집·처리 및 재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대국민서비스 향상을 위한 홍보·조사·연구 및 정보제공 등을 협회 사업계획으로 내놓았다. 단기적으로 재활용시설 구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오는 2003년까지 난지도 폐가전처리공장을 인수하고 전국적인 리사이클링센터의 건립과 운영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 중기적으로는 업계간 센터의 공동이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재생자재의 비율을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현재 국내 폐가전 배출상황은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만을 놓고 볼 때 지난해 122만대, 올해는 16% 가량 증가한 142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폐가전과 그 처리업무에 있어 한 회장은 『업계의 가장 큰 애로점은 폐전자제품을 회수하고 리사이클링센터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부지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라며 『관계법령이나 상식적으로도 폐기물을 배출하는 지역에 폐기물 회수거점과 처리센터를 둬야 마땅한데 기업이 돈을 내 부지를 확보하려 해도 어려운 것이 오늘날의 실상』이라며 사회적인 인식부족과 님비현상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이번에 기업들이 협회를 설립하고 폐가전제품에 대한 생산자 자발적 재활용을 선언한 것은 소비자에 대한 요구충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정부와 지방단체는 폐전자제품을 회수처리하는 기업의 애로를 도와주는 것이 생산자 재활용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열쇠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생산자 재활용 책임제는 정부 주도의 강제적인 규제에서 기업의 자율적인 환경관리체제의 구축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의 출범은 국내 환경운동은 물론 기업의 경영전략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한 회장은 『협회는 환경 관련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기업과 정부 사이의 가교역할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2∼3년내 폐전자제품으로 인한 생활환경 저해요소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