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SL 국제표준화 2002년으로 연기, 국내 서비스 차질 우려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이 속속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장비를 상용화하고 있는 가운데 VDSL 국제 표준화 작업이 예정보다 크게 늦춰져 내년 초로 예상됐던 국내 상용 서비스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장비업체들의 판로도 극히 제한될 것으로 보여 VDSL장비 개발에 주력해온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표준화기구인 안시(ANSI)는 지난달 VDSL표준화와 관련, DMT방식과 QAM방식이 호각지세로 양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두가지 기술에 대해 모두 현장테스트를 거친 후 2년 뒤인 2002년 11월에 표준방식을 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내년 4월쯤이면 표준이 결정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보다 무려 1년 7개월이나 미뤄진 셈이다.

안시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사실상 VDSL 국제 표준 결정도 크게 늦춰질 전망이다.

특히 대형 통신사업자의 경우 장비가격 절감 및 상호운영성 확보 때문에 표준방식이 결정된 뒤 상용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 관례여서 한국통신·하나로통신 등 내년 상용서비스를 추진했던 통신사업자들의 계획도 상당부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VDSL서비스의 경우 기존 ADSL에 비해 최소 2배에서 10배 이상의 대역폭이 요구되나 서비스 요금은 그만큼 비례해 올릴 수 없다는 통신사업자들의 고민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시장흐름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시범서비스는 여러 지역으로 확대하되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는 내년에도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표준화는 상용 서비스하는 데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장비가격을 낮추고 상호운영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건 중의 하나』라며 『VDSL서비스를 위한 주변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데다 표준화 일정도 늦춰져 내년 초로 예정됐던 상용서비스 일정은 지켜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VDSL장비가 ADSL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측면에서 B&A처럼 가입자 밀집형 고속인터넷서비스 초고속 인터넷 장비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장비업체 일각에서는 『어차피 표준화가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로 채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VDSL 국내 표준을 결정, 세계 표준을 선도해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특히 안시쪽에서도 한국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부의 김치동 산업기술과장은 『내년 1월 xDSL산업협력위원회에서 VDSL의 국내 표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안다』며 『장비업체와 서비스업체가 모두 참석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업계의 의견이 모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