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신규 투자하는 5세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에 동일한 유리기판 규격을 채택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두 회사가 동일한 유리기판 규격을 채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TFT LCD업계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5세대 TFT LCD 규격으로 1000×1200㎜를 채택키로 사실상 확정하고 일부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발주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삼성과 LG필립스는 올해 가동한 4세대 라인까지 서로 다른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다른 규격을 적용해 왔으나 980×1160㎜규격을 염두에 뒀던 LG필립스가 1000×1200㎜ 규격으로 급선회하면서 규격통일이 가능했다.
장비업체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개발력 집중화의 이점들을 들어 삼성전자와 LG필립스에 규격 통일을 요청해 왔는데 LG필립스가 이를 전격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규격 통일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보다 저렴하게 장비를 구매해 투자 비용을 절감하게 됐으며 한발 앞선 설비 구축을 통해 일본, 대만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국내외 LCD 장비업체들도 동일한 장비를 세계 시장 1, 2위 업체인 두 회사에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 부담을 덜면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G필립스는 1000×1200㎜ 규격으로 15인치, 18인치 등 기존 주력 제품을 강화하는 방안과 980×1160㎜로 상대적으로 약한 14인치, 17인치 제품을 보강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해왔는데 이번에 1000×1200㎜규격을 채택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장을 착공하면서 1000×1200㎜ 규격을 확정한 삼성전자는 취약한 15인치, 17인치 제품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채택했다.
LG필립스는 규격을 확정하자마자 이미 일부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하반기 입고를 목표로 발주에 들어갔으며 삼성전자도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발주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두 회사의 관계자들은 『이번 규격 통일은 경쟁만 일삼았던 국내 업계 풍토에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두 회사가 2002년 호황기에 대비해 경쟁국 업체에 한발 앞서 투자할 수 있게 돼 세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