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증시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발표가 기폭제가 돼 연말랠리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15일 IMT2000 사업자 발표 당일 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은 오히려 선정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이변이 발생했다. 전날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악화 우려로 나스닥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IMT2000보다 국내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나스닥시장은 코스닥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새벽에 나스닥시장이 하락하면 그날 코스닥시장은 여지없이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올들어선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시장별로 영향을 받던 것이 올해는 업종 및 종목으로 확산돼 나스닥시장의 동향은 국내 투자자들의 중요한 지표역할을 하고 있다.
나스닥시장은 첨단기술주 거품여파로 올해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인 2600선에 머물러 있다. 코스닥시장도 나스닥시장과 연동되면서 최고점대비 4분의 1 수준인 7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코스닥시장은 나스닥시장이 하락할 때 강하게 연동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스닥시장은 지난해부터 첨단기술주 열풍을 타기 시작하면서 올 3월 10일 사상 처음으로 5000고지를 돌파하며 5028.62까지 치솟았으나 닷컴주에 대한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닷컴주들의 폭락이 첨단기술주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며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코스닥시장도 3월 10일 283.44를 최고점으로 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주들의 거품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정보기술(IT)주들은 미국의 IT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6월 하락을 거듭하던 나스닥 주가가 바닥을 다지며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코스닥시장은 주가조작 사건 등에 휩싸이며 오히려 하락장을 지속했다. 이 무렵 일부 증권사에선 국내 증시가 나스닥시장과의 동조화가 약화되고 홀로서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9월들어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정점 논쟁이 일기 시작하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로 접어들자 나스닥지수는 또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 등 거래소시장의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폭락했고 코스닥시장의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한국의 증시가 극심한 기복을 보이는 것은 미 증시에 지나치게 연동돼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 기술주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기술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국 IT업계의 주가는 더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