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품은 시장을 통해 유통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지닌다.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그 제품은 이미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제조업체에 대해 유통이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적으로 가전·컴퓨터·정보통신 할 것 없이 가장 강력한 유통업체라면 역시 용산의 군소 업체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이야말로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용산에 바탕을 둔 전자랜드나 신생 매머드 전자유통상가인 테크노마트는 군소 상인들과 달리 대형화하고 조직화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전자·정보통신시장을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전부문의 유통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로는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과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홍봉철 서울전자유통 사장, 장재경 하이프라자 사장, 이희명 리빙프라자 사장, 그리고 전자상가 테크노마트를 세운 백종헌 프라임산업 회장을 들 수 있다.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53)은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신용유통 상무이사와 전무이사를 거친 뒤 이달 초 사장에 오른 인물로, 정통 영업맨 출신이다. 선 사장은 전국 250여개 점포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거대 기업의 대표답게 그동안 유통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하이마트가 전자유통의 리더위치를 고수할 수 있도록 다점포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PC유통에 뛰어들기도 했다.
홍봉철 서울전자유통 사장(45)은 지난 77년 고려제강에 입사, 88년 서울전자유통 설립과 함께 이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 가전양판점시대를 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홍 사장이 운영하는 직영매장 전자랜드21은 지난 94년만 해도 용산 본점과 삼성점·구의점·서면점·수영점 등 5개에 불과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다점포 전략에 따라 전국 시도단위마다 점포를 설립, 현재는 60여개에 달하는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 사장은 유통업체가 가격결정권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
로 평가되고 있다. 홍 사장은 특히 우리나라보다 앞서 양판점화가 진행중인 일본의 가전양판점을 모델로 클러스터출점 등 새로운 출점전략을 도입해 국내 가전유통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 98년부터 가전 외에 컴퓨터·정보통신 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 컴퓨터 양판점인 세진컴퓨터랜드가 부도로 파산한 이후 가전뿐만 아니라 컴퓨터 양판점으로서도 입지를 다지기 위해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백종헌 프라임산업 회장(48)은 건설 전문 디벨로퍼로 성공한 인물로, 88년 프라임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전자업계에 새로운 유통체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백 회장은 92년 전자·정보통신분야 기술개발과 유통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복합 전자상가 건립을 추진, 98년 서울 구의동에 38층 규모의 테크노마트를 개장했다. 백 회장은 총 8층 규모의 전자상가에 각 층을 업종별로 구분해 입점시킴으로써 국내서는 처음으로 백화점 형태의 전자상가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선종구 사장과 홍봉철 사장, 백종헌 회장이 양판점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면 장재
경 하이프라자 사장과 이희명 한국전자정보유통 사장은 각각 전문점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들이다.
장재경 사장(53)이 이끄는 하이프라자는 지난 98년 설립된 LG전자 디지털 전문매장이다. 지난해 말에는 전국에 48개 지점을 운영했으나 지점수를 계속 늘려 현재는 70여개로 확대됐으며 소비자 판매는 물론 전국의 할인점·백화점 등과도 거래하고 있다. 장 사장은 일반 가전제품은 물론 첨단 디지털 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자제품을 구비해 원스톱 쇼핑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리빙프라자를 이끄는 이희명 한국전자정보유통 사장(54)은 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전자 국내영업부장, OEM사업부장, 삼성항공 국내영업사업부장, 삼성항공 국내영업이사, 삼성전자 국내영업본부 가전판매 서울지사장, 삼성전자 신유통사업팀 이사 등 영업직책을 두루 거친 인물. 지난 98년 남부유통과 삼성전자 영업망이 합쳐져 한국전자정보유통이 설립되면서 이 회사 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전국에 160여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장도 시대흐름에 맞게 양판화를 추진하고 있다.
컴퓨터 유통업계에서는 전 세진컴퓨터랜드 판매본부장을 지낸 윤세학 드림컴퓨터랜드 사장과 용산 컴퓨터업계를 이끌고 있는 권영화 용산조합 이사장, 그리고 서비스 전문업체로 시작해 PC유통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이병승 컴닥터119 사장, 양철우 PC119 사장, 김영진 애드서비스 사장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세진컴퓨터랜드나 티존코리아 등 유통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진 상태다.
윤세학 드림컴퓨터랜드 사장(48)은 세진컴퓨터랜드 파산으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전 세진컴퓨터랜드 가맹점주들을 모아 지난 8월부터 드림컴퓨터랜드라는 이름으로 PC양판 체인사업을 시작했으며 때맞춰 그동안 PC서비스를 주로 해오던 이병승 컴닥터119 사장도 자사 체인점을 활용해 PC양판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이와 함께 양철우 PC119 사장과 뉴텍컴퓨터 사장을 지낸 김영진 애드서비스 사장도 각각 자사의 체인망을 활용해 PC유통에 나설 계획이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권영화 용산조합 이사장(53)은 용산의 각 상가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 관련 상인들을 조합으로 묶어 조립PC업계 및 영세상인들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특히 올해부터 조합이 PC 품질을 보증하는 「공동브랜드 PC사업」을 추진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세진컴퓨터랜드 파산을 계기로 전자랜드21과 하이마트도 최근들어 PC유통사업을 강화함에 따라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프트웨어 유통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유통권을 잡은 업체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92년 설립된 다우데이타시스템 최헌규 사장(51)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유통하면서 소프트웨어 유통산업을 기술기반산업으로 육성한 인물로 꼽힌다. 88년 다우기술 부사장을 거쳐 98년 다우데이타시스템 사장에 올랐으며 올 1월부터 다우기술 사장을 겸하고 있다.
또 인성디지탈 원종윤 사장(41)은 98년 소프트웨어 유통산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다우데이타시스템·소프트뱅크코리아에 이어 매출순위 3위 업체로 끌어올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전자 정보기기연구소 연구원으로 전자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원 사장은 인성정보 사업본부장, 인성정보 이사 등을 거쳐 97년부터 인성정보 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달의 벤처기업상을 수상했으며 10월에는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코리아 이홍선 사장(39)도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유통과 더불어 사세를 확장한 인물로 94년부터 소프트뱅크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삼보컴퓨터를 시작으로 컴퓨터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 사장은 이후 나래이동통신 부사장과 사장, 나래텔레서비스 사장 등을 역임하며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소프트랜드 신근영 사장(45)은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의 산 증인이다. 지난 89년 소프트타운을 설립해 소프트웨어 유통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신 사장은 한국소프트웨어유통협의회 최장수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도 소프트랜드를 통해 소프트웨어 유통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트라이콤 김정 사장도 소프트웨어 유통산업의 태동에 참여한 인물로 88년 당시로서는 적지않은 1억원의 자본을 투자해 미개척분야인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유통상품으로 발전시켰다.
또 지난 99년 「대국민 SW서비스 본부」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한국소프트중심 이규창 사장도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웨어 유통방식을 시도하면서 소프트웨어 유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