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IT학술대회를 열자

◆박찬모 포항공과대 대학원장

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장관급회담 후 발표한 합의문에 기대했던 교수 및 학생교류에 관한 항목이 누락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설치 등 현안문제도 시급하겠지만 과학기술 분야의 남북학술교류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IT분야의 학술교류와 공동연구는 21세기 정보시대를 맞이하여 남북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를수록 좋다. 또한 남북의 기술격차가 커질수록 앞으로 통합문제가 확대되고 통합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민간 차원의 학술교류가 필요하다. 즉 정부의 하향식(top-down) 접근방식만으로는 어렵고 민간 차원에서 자주 접촉하고 서로의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함으로써 신뢰성과 동질성을 회복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방식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상향식 접근이 활발히 전개될 때 남북교류가 원만히 이루어지고 통일을 향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한 예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옌볜에서 개최되었던 「코리안컴퓨터처리국제학술대회」를 들 수 있다.

3년간 계속된 이 대회에는 매년 20여명의 북측 학자들이 참석했는데 첫해에는 같은 호텔에서 층을 달리해서 투숙하고 공식적인 회의장소에서만 서로 만날 수 있었으나 3년째 되는 해에는 서로의 침실에서 함께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전되었다. 회의 분위기도 매우 화기애애한 가운데 남북 및 중국대표단 간에 「정보처리용어통일안」 「자판배치공동안」 「우리글자배열순서공동안」 「부호계공동안」에 합의를 도출해 냈고 1999년에는 「국제표준정보기술용어사전」도 공동으로 출판하게 된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과학중시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즉 과학기술이 강성대국 건설의 주요항목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고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 발전을 위해 「프로그램 개발 4개년 계획」을 세웠으며 컴퓨터기술에 관한 자격시험을 준비중에 있다. 아울러 중학교부터 대학원까지의 정보기술(IT)교육을 체계화하기 위해 교과과정을 재편성해서 실시중이며 교육성에 프로그램교육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김일성종합대학 내에 「콤퓨터과학대학」을 설립했고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계산기학부」를 「콤퓨터학부」로 확장했으며 「평양전자계산기단과대학」을 「평양콤퓨터기술대학」으로 확대 개편했다. 물론 이러한 북측의 노력은 열악한 경제사정과 바세나르협약 등의 제약으로 인한 하드웨어 환경의 부족 등으로 100%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이 협력·교류체계를 구축할 때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아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남북이 공동으로 IT분야 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주최한다. 장소는 남한이나 북한이 되는 것이 좋겠으나 처음에 그것이 어려우면 제 3국을 택해도 좋다.

둘째, 북한의 많은 수학교사를 컴퓨터 분야 교사로 전환시키는 프로그램(Teach-the-Teachers Program)을 남북이 공동으로 수행하되 이에 필요한 장비를 남측이 제공한다.

셋째, 남북이 공동으로 IT분야 연구소를 설립하여 북의 이론적 연구와 남의 산업화기술을 접목시키고 남의 하드웨어기술과 북의 소프트웨어기술을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제품을 연구 개발한다. 또한 국제프로젝트도 공동으로 수행한다.

넷째, IT분야 과학기술자의 왕래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다섯째, 북에서는 하루속히 인터넷을 수용하여 사이버 공간을 통해 남북 IT분야 정보의 교류가 수월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제5차 장관급회담에서는 남북학술교류가 심도있게 다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