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장비업계 관계자들의 속이 새까맣다.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까닭도 많아 복잡한 한 해를 보냈기 때문.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내수침체 〓올해 이동전화단말기 내수판매량은 1400만∼15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한숨 돌릴 만하지만 실무자들은 지옥에 다녀왔다.
지난 6월 이동전화단말기 보조금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월 판매량이 38만여대로 떨어졌다. 1∼5월 평균 160만대 이상의 실적에 비하면 바닥을 긴 셈이다.
7∼9월에도 보조금제도 폐지에 따른 단말기 가격상승,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에 따른 시장점유율 강제조정 등의 영향으로 월 평균 판매량이 60만대를 밑돌았다.
그나마 PCS사업자들의 마케팅 강화에 힘입어 10, 11월 판매량이 각각 100만대를 넘어서는 회복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변칙적인 단말기 보조금지급을 강력히 단속함에 따라 다시 시장에 냉각기류가 형성되는 조짐이다.
10월부터 2.5세대이동전화(IS95C)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수요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낳기도 했으나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관련 서비스(데이터 전송속도)가 안정화되지 못한데다 단말기 출시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IS95C 관련시스템은 삼성전자와 루슨트테크놀로지스, 현대전자가 SK텔레콤과 한통프리텔의 수요를 나눠가졌고 LG전자는 LG텔레콤에 공급했다.
◇수출신장세 〓유럽형이동전화(GSM) 단말기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올해 GSM단말기 수출액은 약 42억달러로 전년대비 96%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강세종목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 및 시스템 수출액도 약 4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LG전자와 현대전자가 중국·인도·러시아·몽고를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CDMA 무선가입자망(WLL) 수출도 곧 2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충돌, IMT2000 기술표준 〓일단 SK와 한국통신이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권을 획득함으로써 기술표준 헤게모니가 「비동기」로 넘어가는 모습이지만 장비업체의 기술표준 우열공방은 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던 사례였다.
동기식 CDMA장비 선두주자였던 삼성전자, 비동기식 장비개발에 주력해 차세대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LG전자, 동기 및 비동기를 모두 개발하되 시장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처했던 현대전자 등이 각자의 이해에 따라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특히 장비업체의 영역으로 이해됐던 기술표준공방이 서비스 사업자로 이관되면서 사업권 획득과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는 모습이었다.
비동기 선호 사업자인 SK와 한국통신이 사업권을 획득함으로써 대형 통신장비 3사는 비동기식 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경쟁, 동기식 CDMA 수출시장 확산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