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가입자 350만 돌파」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붐」 「사이버아파트 속속 건립」.
올 한해 국내 네트워크 및 인터넷 인프라 장비시장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다.
올 한해 인터넷 인프라 장비시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표현할 만하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코리아에 따르면 올 한해 기업 및 통신사업자의 인터넷투자현황을 나타내는 네트워크장비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30% 가량 성장한 9억2000만달러(1조1000억원)를 형성한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통신사업자의 인터넷 처리용량과 밀접한 중대형 라우터,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 등 백본 장비 성장이 눈에 띈다.
가정용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초고속인터넷가입자 장비분야는 전세계에서도 보기드문 성장신화를 기록했다. 올 한해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시장 규모는 총 240만회선(1조2000억원)의 거대시장을 단숨에 형성했다. 이 수치는 전세계 ADSL장비시장의 절반이 국내시장에서 소진된 것을 의미한다. ADSL과 초고속인터넷가입자시장을 주도했던 케이블모뎀시장은 150만개 내외가 공급돼 5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외에 홈PNA·T랜 같은 구내 초고속통신장비도 약 1000억원의 시장을 형성, 국내업체의 효자 제품군으로 부상했다.
인터넷 사용자당 트래픽 사용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를 대규모로 전달해주거나 전달받는 광전송 장비 수요도 급증했다. 기간광전송장비는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으나 올해는 통신사업자의 기간망 확충에 힘입어 총 1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올해 초만 해도 한국통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신사업자가 2.5Gbps의 기간전송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하반기부터 320·400기가급 광전송장비를 도입하는 등 대폭적인 용량확대가 이뤄졌다.
이같은 급격한 시장확대에 따른 과실은 대부분 다국적기업이 챙겼다. 다국적기업은 벤더파이낸싱이라는 금융방식을 바탕으로 광전송장비시장을 대부분 석권하고 ADSL·케이블모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국내 장비시장에서 대략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했다.
반면 국내업체로는 삼성전자·현대전자 등이 각각 ADSL장비 50만회선 정도를 공급하는 등 선전했다. 벤처업체로는 기가링크가 자체개발한 T랜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한아시스템·미디어링크·다산인터네트 등이 전년 동기대비 100∼200% 정도의 성장을 거둬 위로를 삼았다. 국내 중소 ADSL모뎀 제조업체도 하반기부터 국산모뎀이 대거 채택됨에 따라 많게는 200억원에서 적게는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