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의 주식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올 3월 출범한 제3시장은 한해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사례가 되고 말았다.
제3시장은 지난 3월 29일, 비등록 벤처기업들의 자금 유치창구라는 명목으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속에 출발했다. 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 등록 조건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에는 주식에 유동성을 부여하고 퇴출기업의 주식을 정리하는 장을 마련, 소액투자자들의 자금회수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네트컴과 고려정보통신, 한국웹티브이, 코리아2000 등 4개사로 첫 거래개시됐고 이후 케이아이티와 고려정보통신, 이니시스, 프러스원애니메이션 등 코스닥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량업체들의 시장 참여가 잇따랐다.
그러나 제3시장은 당초 기대와 달리 제도 입안자와 투자자간 견해차이가 표면화되면서 출발직후부터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초 정부는 양도세를 부과하고 상대매매방식에 상하한폭 없는 매매방식으로 코스닥시장과는 차이를 갖도록 운영한다는 방침이었다. 제3시장은 기업정보 취득이 어려워 일반투자자들의 참여가 힘들 뿐만 아니라 단순한 호가중개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3시장을 코스닥에 이은 또 하나의 주식거래시장으로 인식한 지정기업들은 제3시장 주식거래를 움츠러뜨리는 양도세 폐지를 줄기차게 요청했고 시장탈퇴라는 벼랑끝 전술까지 동원하기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완벽하지 않은 제3시장 매매제도의 허점을 노린 투기성매매가 극심해지고 제3시장에 진입한 후 오히려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는 제3시장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제3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급속하게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문제는 제도에만 있지 않았다. 꼬까방, 비더블유텍, 한국미디어통신 등은 회사의 운영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부도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에 대한 공시의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제3시장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급기야는 지난 7월 공멸위기를 느낀 일부 제3시장 업체들을 중심으로 제3시장협의회를 구성, 제도변경을 주 내용으로 하는 요구사항을 내걸고 정부에 대한 압박작전을 펼쳤으나 이마저도 정부의 무관심과 향후 코스닥 등록시 문제를 의식한 지정기업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또 제3시장은 하반기들어 불신이 가중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현상이 가속화, 시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제3시장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내 중간급 규모의 1개 기업 실적에도 못미치는 1억7000만∼2억3000만원대 수준으로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3시장과 관련,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올 한해동안 정부가 장남(거래소)과 차남(코스닥)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주워온 자식(제3시장)에까지 신경쓸 틈이 있었겠느냐』며 『제3시장은 이 시장을 급조해야했던 정부와 대박에 대한 꿈에만 부풀어있던 투자자 및 기업이 야합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