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산업은 부문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영화·비디오로 대변되는 영상산업의 경우 프로테이프시장은 출시편수 감소에 따라 전체적인 시장규모가 위축됐으며 대폭적인 성장을 기대했던 DVD시장도 가능성을 보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국내 흥행성공과 더불어 해외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음반분야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방송분야는 통합방송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과 관련,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게임분야는 PC·아케이드·온라인게임 모두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으며 새롭게 등장한 무선 인터넷게임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영화·비디오 〓영화·비디오·DVD로 대변되는 영상시장은 올 한해 상당한 부
침을 겪었다.
프로테이프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시장규모가 20% 정도 감소, 출시작 수는 총 450여편으로 줄어들고 판매량도 540여만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447편이 출시돼 652만장 판매된 것과 비교한다면 17% 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에 따라 98년 2000억원이었던 시장규모가 지난해 165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1500억원으로 축소돼 산업이 점차 사양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지난 1월에 출시된 「미이라」가 11만여장이 판매돼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고 영화마을이 집계한 대여순위 1위는 「주유소습격사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영상부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DVD는 차세대 영상매체로 부각되면서 관련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공동 마케팅이 무산되면서 시장 조기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플레이어 보급대수도 6만여대에 그쳤다.
반면 DVD타이틀은 메이저들과 국내 전문업체들의 경쟁적 출시로 약 600편이 선보여 시장규모도 50억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 「단적비연수」 「리베라 메」 등 블록버스터급 방화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한국영화 점유율이 지난해에 이어 33%에 이르고 개봉편수도 60여편에 이르는 등 순조로웠다고 볼 수 있다.
또 「쉬리」가 일본·러시아에 진출, 현지에서 호평을 얻고 「춘향뎐」이 칸영화제 본선에까지 진출하는 등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점이 또하나의 이슈였다. 이같은 호응에 올 한해 동안 장편 32편, 단편 6편의 한국영화가 수출계약을 체결, 약 698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조치로 총 23편의 일본영화가 개봉돼 시장점유율이 7.1%로 뛰어오른 것은 앞으로 국내 영화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할 것으로 지적됐다.
◇음반 〓올해 음반시장은 IMF를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처럼 여전히 침체국면을 걸었다.
업계에서는 가요·팝·클래식 음반을 통틀어 올 한해 대략 3000만여장이 판매돼 전체시장 규모는 3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요부문은 조성모·서태지·HOT 등 대형가수의 잇단 신보 발매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몇몇 가수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음반이 10만장도 안 팔리는 등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미디어신나라에 따르면 올 한해 약 1700만장의 음반이 판매돼 1200여억원의 시장을 이룬 것으로 집계됐다. 5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이 12종, 30만장 이상 판매된 것은 26종으로 분석됐다.
주요 작품으로는 화제를 모았던 조성모 3집 「아시나요」가 190만여장이 판매됐고 165만장이 팔린 조성모의 「클래식」이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GOD의 3집 「거짓말」이 131만장,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가 112만장 등이었다.
팝·클래식 부문은 세계적인 음반시장의 불황과 연계돼 큰 대작이 없었던 한해였다.
빅히트급 아티스트들은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유키구라모토·산타나·브리트니 스피어스·아쿠아·백스트리트 보이스 등 일부 아티스트들만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반면 「MAX Vol.6」 「MBC-FM 골든디스크」 등 팝 편집앨범이 각각 23만장, 17만장이 판매되는 등 강세를 나타냈다. 또 일본영화 「러브레터 OST」가 12만장 판매된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팝·클래식 부문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조수미 음반이었다. 워너뮤직코리아가 자체 기획한 조수미의 「Only Love」가 50만장이 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EMI·유니버설 등에서 라이선싱해온 유명 아티스트의 클래식 넘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음반직배사들이 팝·클래식에 머무르지 않고 하반기부터 가요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음반시장의 주도권이 메이저로 넘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방송 〓방송계는 지난해 12월 말 통합방송법의 통과 이후 신규 프로그램공급업자(PP) 승인에서부터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사건이 있었다.
5년간 유보됐던 통합방송법의 통과로 출범한 통합 방송위원회는 그동안 전권을 행사해온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합의제 행정기구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방송위원회는 3월 출범 이후 첫 사업으로 15개 케이블 신규PP 승인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기존 29개 PP 외에 정보통신·요리·게임·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채널이 등장해 복수채널사용사업(MPP)을 가속화하는 한편, SO의 전송 대역폭 부족으로 인한 PP·SO간 갈등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지상파방송 부문에서는 지난 8월 말 SBS의 디지털TV 방송송출을 필두로 시작된 지상파디지털방송의 본격화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올해 막판에는 MBC의 박찬호 중계권 획득을 시작으로 KBS의 프로야구·프로축구 중계권 독점 등 지상파방송사간의 스포츠 중계권 획득을 둘러싼 지나친 경쟁이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방송계 초미의 관심사는 12월 19일 마무리된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 발표였다. 위성방송은 지상파 중심의 방송산업을 다매체·다채널 시대로 바꿔줄 최대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나의 티켓을 놓고 3개 사업자가 각축을 벌인 위성방송사업자 허가추천권은 한국통신과 KBS가 주축이 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에 넘어갔다.
◇게임 〓올 한해 PC게임시장 규모는 99년 853억에 비해 64.4% 성장한 14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하반기에 출시된 「디아블로2」 「레드얼럿2」 「피파2001」 등의 외산 대작게임들이 판매에 호조를 보였고 양판점과 음반 및 비디오점, 편의점 등으로 게임유통망이 확대된 것도 PC게임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가장 큰 성장을 보인 업체는 한빛소프트로 「스타크래프트」의 지속적인 인기와 「디아블로2」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405억원의 매출을 달성, 99년에 비해 8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EA코리아는 「레드얼럿2」 「피파2001」 등을 출시, 약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위자드소프트는 84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PC게임시장은 여전히 「디아블로2」 등 몇몇 외산대작게임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겨울 출시되는 판타그램의 「킹덤언더파이어」,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3 파트2」, 위자드소프트의 「악튜러스」, 조이맥스의 「아트록스」 등 국산 대작게임의 약진이 기대된다.
아케이드게임시장은 전국 게임장이 과밀화되면서 불황을 겪었다.
전국의 게임장은 7월까지 2만5341개로 99년 말에 비해 무려 4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국의 게임장은 DDR 이후 뚜렷한 매출을 기록할 만한 히트작이 없는 상황에서 과밀화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어 매출이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0년 아케이드게임시장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생게임개발업체의 약진이다. 「환타지오브피싱」 「액추얼파이트」 등을 개발한 지씨텍을 비롯, 「컴온베이비」의 엑스포테이토, 「난타2000」의 아이솔루션, 「에이씨퍼커스」의 인터존21, 「벤허2000」의 멀티미디어컨텐트, 「BDD」의 베스트소프트 등 신생게임개발업체 등은 일본게임의 복제품이 만연한 아케이드게임시장에 새롭게 진입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게임열기와 더불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온라인게임분야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6배 가량 성장한 12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체별로는 엔씨소프트 550억원, 넥슨 350억원, 위즈게이트 60억원, 제이씨엔터테인먼트 55억원 등 각 온라인게임업체들은 지난해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한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경우 누적회원 800만명과 동시사용자 10만명 기록을 앞세워 여전히 선두업체로의 입지를 굳혔으며 무료 온라인게임인 GV의 「포트리스2」도 650만명, 동시사용자 10만명을 기록하며 한해 동안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밖에 하반기부터 서비스된 「스톤에이지」 「드래곤라자」 「판타지포유」 등도 후발게임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시장이 급속히 성장하자 기존 PC게임업체들도 노선을 바꿔 온라인게임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온라인게임 참여업체도 지난해 20여개사에서 올해에는 50여개사로 급증했다. 하지만 업체의 급격한 증가로 내년부터는 과열경쟁양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여 온라인게임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게임플랫폼으로 떠오른 무선인터넷게임도 한해 동안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3월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한 무선인터넷게임은 신세대층을 파고 들면서 넥슨의 「코스모노바」, 컴투스의 「춘추열국지」, 마리텔레콤의 「12지신」, 마나스톤의 「모바일삼국지」, 엠조이넷의 「열혈강호」 등이 큰 인기를 얻었다. 기술적으로도 상반기에는 텍스트 중심의 WAP게임이 중심을 이뤘으나 하반기부터는 그래픽을 지원하는 가상기계(VM)기반의 모바일게임이 등장, 세대교체를 이뤘다.
올 들어 무선인터넷게임이 표면적으로 활황을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사들과 이동통신사업자 사이에 적절한 요금부과 방식과 수익배분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게임개발사가 얻은 수익은 사실상 전무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수익배분 문제가 해결돼 개발사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