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주는 올해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성장성이 부각되며 경제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닷컴종목들의 주가는 지난 3월 미국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거품설이 제기되면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투자기관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말부터 나스닥 첨단주, 특히 닷컴종목이 기대 이상 상승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들은 닷컴기업들의 수익모델에 의구심을 보였다. 또 채 성숙하지 못한 시장을 놓고 여러 업체가 과열경쟁을 펼치고 있어 닷컴업체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3월 말 미국 골드만삭스의 투자전략가 애비 코헨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 비중을 낮추고 현금 보유를 늘려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야후·아마존 등의 주가가 급락하고 닷컴주의 폭락은 현실화됐다.
나스닥의 여파는 코스닥시장에도 「태풍」처럼 몰아치면서 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대표종목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새롬기술은 지난 2월말 시가총액 50조원에서 최근 2조5000억원대로 폭락, 95% 이상 하락했고 20만원을 넘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가도 10분의 1 이하로 꺾여 2만원도 되지 않는다.
닷컴거품설은 닷컴기업의 주가를 대거 끌어내리는 동시에 닷컴기업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적절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했던 부닷컴·키부닷컴·수도닷컴 등은 주가폭락으로 추가 운영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해 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야후·아리바 등 지난 2·4분기 실적이 증가한 기업들의 주가는 바닥에서 탈출해 상승했다. 이로써 증시에선 수익성을 갖춘 닷컴기업
에 다시 따뜻한 관심을 보이게 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경매업체 「옥션」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됐다. 닷컴기업에 대한 따가운 눈초리로 인해 새롬기술·다음은 시가총액 10위권
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경매수수료 등 수익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옥션은 지난 11월 3일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을 추월, 10위권에 들면서 대표적인 인터넷 종목으로 부상했다.
코스닥 닷컴종목간의 차별화는 코스닥시장 종목뿐 아니라 미등록 닷컴업체들에도 「수익모델 찾기」라는 특명을 내렸다. 닷컴기업들은 콘텐츠 유료화, 솔루션 판매 및 임대로 수익 창출에 적극 나섰다. 또 외자유치와 기업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증시 및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적어도 하반기에는 수익성을 갖춘 업체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허도행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여러가지 수익모델이 실험됐고 거품도 정리된 상태며 또 국내 업체들은 성장성을 보이기도 전에 조정에 들어간 측면이 강하다』며 『수익성을 갖춘 닷컴의 주가 전망은 그래도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