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GL 왕중왕전 우승자 인터뷰

◆배틀탑이 주관하는 삼성디지털배 한국인터넷게임리그(KIGL)가 지난 20일 펼쳐진 2000왕중왕전을 끝으로 2000년 시즌을 마감했다.

특히 이번 왕중왕전은 지난 춘·하·추·동계리그 우승자들이 총 출동, 2000년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가리기 위한 불꽃튀는 접전이 펼쳐져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20일 경기에서 스타크래프트 여성부문에서는 삼성전자 칸의 김인경이 여왕에 등극했으며 남성부문에서는 IBS네트 임요환, 피파2000부문에서 예카 이로수가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다. 각 부문 우승자를 만나 우승소감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스타크래프트 여성부문 삼성전자 칸의 김인경

지난 KIGL 추계리그에 뒤늦게 데뷔한 김인경은 첫 출전한 대회를 시작으로 동계리그, 연말왕중왕전을 3연패하며 명실공히 스타크래프트 부문 여왕으로 등극했다.

특히 공교롭게도 3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김지혜와 대결한 김인경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보니 함부로 작전을 펼칠 수 없어 더욱 힘든 경기를 치렀다』며 『올해의 최고 선수를 뽑는 자리에서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런 겸손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김인경은 이번 결승전에서 초반부터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이며 기선을 제압, 2:0의 완승을 기록했다. 특히 뛰어난 유닛컨트롤이 장기인 김인경은 상대의 전략에 따라 전술을 구사하는 노련미까지 갖춰 당분간 그녀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봄 우연히 채팅을 하러 PC방에 들렀다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든 김인경은 『게이머로서 보낸 올 한해를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며 『팀의 맞언니로서 부담이 컸는데 우승을 차지하게 돼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 남성부문 IBS네트 임요환

테란의 왕자로 굴림해온 임요환은 사실 올 한해 동안 이름에 걸맞는 성적을 전혀 거두지 못했다. 매번 우승후보로 거론됐지만 하계리그 3위, 추계리그 2위에 그치는 등 결정적인 순간에서 패해 2∼3위에 그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예카팀을 대신해 운좋게 왕중왕전에 출전한 임요환은 결국 마지막 대회에서 한풀이에 성공했다.

임요환은 『우승이란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 처음 알게 됐다』며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팀관계자들에게 면목이 없었는데 왕중왕전 우승으로 체면을 살리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성 게이머로는 드물게 테란을 주종족으로 사용하고 있는 임요환은 마린, 탱크 드롭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 특기이다. 특히 임요환은 친한 동생이기도 한 김동우에 유난히 약했던 징크스를 깨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내년 시즌을 한결 가볍게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임요환은 『프로게이머 1세대들이 최근 부진을 보이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며 『더욱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연구해 오랫동안 게이머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파2000부문 한컴 예카 이로수

피파의 지존으로 불리는 n016 이지훈의 빛에 가려 만년 2위에 머물러 온 이로수는 마지막 대회인 왕중왕전에서 절호를 기회를 맞았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이지훈이 준결승에서 네트로TV 곽래혁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승에 올라온 네트로TV 곽래혁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로수와 곽래혁은 시합이 끝나는 휘슬이 울리기까지 아무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특히 이로수는 결승전 첫 경기에서 9:8로 패했으나 두번째 경기를 11:9로 승리, 결국 골득실에서 한골 앞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영예의 황금마우스를 손에 넣은 이로수는 『만년 우승후보라는 설움을 씻고 우승을 차지하게 돼 올 한해를 기분좋게 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노력해 내년에도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