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e코리아]기업 변화의 현장

삼성SDI의 부서장들은 요즘 다른 부서의 직원을 데려다 쓸 때 인사부를 찾지 않는다. 인터넷의 인사관리시스템(eHRM)에 들어가 사내 직원 가운데 적합한 인물을 찾아낸다. e메일이나 전화로 해당 부서장과 협의하면 끝이다.

인력개발팀장인 권오기 상무는 『진정한 인사관리의 주체는 실무부서이므로 인사부서는 더이상 관리와 통제기능에서 벗어나 현업의 충실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현대전자의 어느 사업장에 가도 정장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창의적인 디지털 기업 문화 확산을 위해 복장을 완전 자율화했기 때문이다. 업무적으로 필요한 사람만 넥타이를 매고 있을 뿐 많은 임직원들이 캐주얼 차림이다.

이 회사의 이용일 과장은 『복장 자율화를 계기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격의없이 토론하게 됐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구미의 한국전기초자 직원들은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과의 모임에 가면 곧잘 놀림감이 된다. 『일개 직원이 마치 사장인 듯 말한다』고 놀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회사 직원들이 이렇게 된 것은 최고경영자가 인터넷에 올린 경영정보를 수시로 공유하면서 경영자의 안목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나 정작 디지털 기업이라고 부를 만한 기업은 드믈다.

수백억원을 들여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등과 같은 첨단 정보시스템을 구축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여전히 낡은 업무프로세스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서두칠 한국전기초자 사장은 『정보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때 빛이 난다』면서 『화려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도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면 쓸모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창의성, 자율과 책임, 정보 공유와 같은 디지털 시대의 덕목을 제대로 갖추려 노력하는 게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는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