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e커머스클럽 14차 간담회

-올해 인터넷·EC산업의 발전 저해요소 분석 및 내년도 시장전망.

새천년 첫해의 전자상거래(EC)산업을 차분히 되짚어보고, 내년도 시장을 조망하기 위한 「e커머스클럽 제14차 간담회」가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C는 온갖 종류의 비즈니스 모델이 수렴하는 인터넷산업의 주축. 올 한해는 전체 인터넷업종은 물론 EC 관련 기업들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불과 1년새 생사를 오가며 부침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익모델. 지난 1년내내 수익모델의 존재여부는 닷컴과 e비즈니스 업계 전반을 괴롭혔던 현안이었고, 내년에도 검증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온오프라인 업종을 막론하고 e비즈니스와 관련된 실험적 시도들을 쏟아냈던 만큼 시장이슈도 많았다. 기업간(B2B) 부문의 e마켓플레이스, 기업·소비자간(B2C)시장의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은 대표적인 테마였다. 전자카탈로그·전자문서교환(EDI)·기업간통합(B2Bi) 등 업계의 협력을 바탕으로 표준화가 시급한 기술현안들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닷컴업계의 구조개편과 B2B비즈니스 활성화, 모바일인터넷 상용화, 콘텐츠 유료화 등 올해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현상들은 내년에 시장조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날 e커머스클럽 간담회는 올해 EC산업 전반의 걸림돌을 다시한번 짚어보고, 내년도 시장전망을 조심스럽게 도출해보는 자리였다. e커머스클럽 회장인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가 사회를 맡고, 본지 인터넷부 김경묵 부장, 한국커머스넷 박진영 본부장, 인텔코리아 은진혁 사장, 서울대 이상구 교수, 한빛법무법인 성민섭 변호사, 인터파크 정일헌 실장, 이네트 김상욱 팀장, 아이마켓코리아 박현수 팀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EC산업의 저해요인과 발전전망을 집중 토론했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의 발표요지를 간략히 소개한다. 편집자

<주제발표:올 EC산업을 총평하며>-본지 인터넷부 김경묵 부장

올 한해 EC시장을 총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B2C·B2B를 막론하고 수익모델이 업계의 당면문제로 표출됐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 벽두부터 EC시장에서는 영업수익이 절대가치로 자리잡아 연내 업계의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초래할 것이다. 지난해 일부 닷컴기업 CEO들의 모럴헤저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지만, 사실 업계 전반의 문제는 「베니피트(수익)헤저드」다.

한해를 돌아보며 또 하나 지적할 대목은 EC업계에 진정한 성공사례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엄청난 주가(자산가치)가 성공한 닷컴을 상징하는 양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성공의 기준은 실제 영업활동에 의한 수익창출이어야 하고, 이는 내년도 국내 업계의 공통과제다. 닷컴·EC기업의 성공모델은 아직도 실험단계에 있는 인터넷업계에 자신감과 지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클 것이다.

EC산업을 둘러싼 환경에서 올해 산자부·정통부 등 정부차원의 육성정책이 두드러진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소비자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자금융거래약관에서 유통·물류 등 방대한 산업기반에 이르기까지 EC환경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한 법·제도 정비작업은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다.



시장주체인 EC업계에 내재한 문제를 비롯해 여타 환경요인들이 여전히 시장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장 큰 저해요인은 역시 사업자들 자신에게 있다. 비즈니스모델이 수익을 담보하기 힘든 불확실성을 띠고 있고, 또한 영업수익을 낼 만한 사업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까지는 높은 비중으로 지적됐던 환경적 장애요인들은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법·제도 정비나 소비자보호 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업계 전반이 지닌 기술발전의 한계와 온라인 고객층에 대한 천박한 이해도, 여전히 협소한 시장규모, 콘텐츠 부족, 소비자신뢰도, 과대광고 등도 문제점이다.



정보기술(IT) 인프라 공급업체 입장에서 그동안 EC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EC사업자조차 비즈니스 관점에만 빠져있을 뿐 시스템 인프라에 대해 무지하고 또한 이를 소홀히한다는 점이다. IT시스템은 EC사업자가 구상한 비즈니스모델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전제다. 이와 관련, 앞으로 EC기업들이 비즈니스에 앞서 생각해야 할 시스템 요건이 있다. 향후 서비스 확장을 감안한 유연성과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책임있는 투자마인드가 절실하다. 또 통념과 달리 인터넷 기반 개방형 시스템이 오히려 메인프레임 등 기존 폐쇄형 시스템보다 안정성에서 뛰어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법·제도상의 걸림돌-법무법인 한빛 성민섭 대표변호사>

EC가 새로운 경제활동과 시장환경을 창출한 만큼 전통적인 법·제도적 장벽을 걷어내자는 지적은 많았지만 사실상 진척은 없다. EC도 현행 법 테두리에서 소화하자는 의견과 전혀 새로운 환경이므로 기존 법·제도 체계를 전면 수정하자는 견해가 양분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전자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제도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자거래 관련자의 법적 책임을 어떤 식으로 명문화할 것인가다. 전통적인 상거래 환경과 달리 관련자가 다수인데다 사고발생 유형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은 저작권 분쟁, 유해 불법정보, 사생활보호, 명예훼손, 영업비밀 등 민감한 현안을 안고 있어 시급히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올 한해 기업·소비자간(B2C) EC시장은 기대만큼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다. 시장수요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저변 여건이 여전히 문제로 드러나기도 했다. 크게 세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우선 업계 공통적으로 물류·배송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택배서비스 확충과 배송시스템의 정보화는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유통시스템의 경우 정부와 기존 도매상 등 유통주체들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정책도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도서정가제와 관련,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화관광부와 소비자권익 옹호를 우선시하는 공정거래위의 입장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전반적으로도 개인정보보호 대책이 여전히 취약하고, 신용카드사 등 관련업계의 협조가 미미한 실정이다.



올해 많은 e마켓플레이스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동에는 많은 기술적 문제점들이 내재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e마켓과 기업내부시스템을 연동하기 위한 통합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커넥터 및 미들웨어 등을 동원한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공급망관리(SCM)·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 등 차세대 시스템환경도 점차 인터넷 기반의 개방형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동시에 내부시스템 연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대두된 분야가 표준화다. 특히 ebXML·전자카탈로그·제품코드·인증 등은 표준화를 위해 강력한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e마켓플레이스들이 상용서비스 이전부터 수익모델 확보라는 공통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업계의 업무관행과 정보환경을 감안할 때 시장성숙은 앞으로 상당기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e마켓플레이스의 생존전략은 철저한 수익타산이 필요하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거래수수료에만 의존하기보다 각종 부가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초기 출혈경쟁 단계에서는 차별화전략인 셈이다. 또 대다수의 e마켓이 구매자중심으로 구성, 저가경쟁만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모델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 테스트 단계인 무선전자상거래(m커머스)의 시장저해 요인을 예측하면 유선인터넷 환경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선 전송속도 및 단말기 인터페이스, 콘텐츠 변환능력 등 기술적 난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진보에 따라 이들 문제는 예상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은 정부와 업계 차원의 적극적인 보급장려책이다. 또 다양한 콘텐츠사업자의 수익기반을 보장하고 업계의 공동보조를 위해 콘텐츠 유료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이밖에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도 품질관리지침 및 보안·결제대책, 전문인력 확보 등은 당장 내년도 핵심과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