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내 안정된 실적을 바탕으로 견고한 주가흐름을 나타내던 반도체 관련주들이 지난 9월 이후 폭락하며 증시 낙폭을 심화시켰다.
인터넷과 통신 등 일부 정보기술(IT)주들의 수익모델이 불투명하다는 이유가 정보기술주 하락에 도화선이 되었다면 반도체주들은 올해 증시폭락을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상반기까지는 온통 반도체주 및 관련주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었다. 삼성전자의 적정주가가 70만∼80만원선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었고 전반적인 증시의 하락국면에도 수익모델이 가장 확실한 업종으로 분류되며 「나 홀로 강세」를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D램 현물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인텔 등 세계 반도체주들과 함께 국내 반도체주도 동반하락을 시작했다. 40만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때 12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현대전자도 반도체 현물가격의 약세에다 기업의 재무리스크가 부각되며 액면가 밑으로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여타 정보기술주의 약세에도 불구,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이던 지난 7월 거래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24%에 육박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연말인 21일 14%로 그 비중이 낮아져 하반기 이후 반도체주들의 낙폭이 컸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약세로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원익·아토·주성엔지니어링 등 장비업체와 유원컴텍·엠케이전자 등의 재료업체들도 동반약세를 보여 하반기 이후 낙폭이 컸다.
이렇게 반도체주가 빠르게 몰락한 것은 반도체업종이 전형적인 경기민감주이며 컴퓨터 등 다른 IT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익을 올리고 장비 및 재료업체들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컴퓨터와 통신업종에서의 수요감소가 점쳐지고 있는 등 향후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또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면서 공급과잉이 초래돼 지난 7월 13일 8달러96센트까지 올랐던 64MD 가격은 최근 4달러선에 거래되고 있어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반도체 현물가격과 반도체업체들의 주가 모두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