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n세대「게임리그」

『12월 18일, 오늘 배틀넷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인 이은경님을 보았다. 그래서 말을 걸었는데, 한번 답변해주셨다. 참 기뻤다. 오랜만에 베리(이은경)님을 보아서.』

프로게이머 이은경의 홈페이지(http://myhome.naver.com/berrydx)에 올라온 팬 메일의 일부분이다.

이 사이트에는 이은경 선수의 게임플레이에 대한 예찬, 배틀넷에서 만난 감동, 사랑의 표현 등 이은경을 좇는 팬들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이밖에도 레나 이지혜, 이미소, 윤세인, 봉준구, 이기석 등 이른바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성화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프로게이머는 이제 신세대들의 새로운 우상이 되고 있다.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많은 수입을 올리는 프로게이머는 단연 선호 대상 직업 1순위.

이와 같이 신세대들을 사로잡으며 새롭게 부상한 프로게이머의 뒤에는 바로 올해 들어 정착된 게임리그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게임리그로는 연 4차례의 분기대회와 연말 왕중왕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틀탑(대표 이강민 http://www.battletop.com)이 주관하는 한국인터넷게임리그(KIGL)가 있다. 또 PKO(대표 임영주 http://www.pko.co.kr)가 주관하는 PKO세컨드스테이지, 이게임즈(대표 박호영)에서 주관하는 한국게임리그(KGL), KPGL 등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게임리그가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특히 이들 대회는 동호회 수준의 길드나 클랜을 철저히 배제하고 각 기업이 선수들을 선발해 일정의 연봉을 지급하는 프로리그체제로 확고히 운영되고 있어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기존의 군소대회와 차별화됐다. 또 안정적 리그운영을 바탕으로 리그별로 수십명의 스타게이머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스타로 부상한 선수들은 수백명의 팬들을 몰고 다니는 유명인사다.

이를 반영하듯 리그를 중계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인 온게임넷, 대교방송, 경인방송 등은 이른바 게임 특수를 누리며 수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대표적 방송이다. 이밖에도 게임을 중계하고 있는 각종 인터넷방송들도 잘나가는 성인방송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의 열광적인 성원이 없는 스포츠는 김빠진 맥주와 같다. 이런 측면에서 게임리그는 어두운 PC방에서 태어난 문화이다 보니 관전이 용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리그사들이 앞다퉈 전용구장을 개설하면서 이런 지적도 벌써 옛 얘기가 돼 버렸다.

롯데월드의 KIGL 스타디움, 신림동의 케스핀 등 프로게임리그 전용구장에는 매주 700여명의 관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많은 관람객들이 모이는 것은 프로게이머들이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편한 장소를 제공한 것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결선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3000∼4000명의 게임마니아들이 경기장을 찾아든다.

이와 같이 KIGL, PKO, KGL, KPGL 등은 신세대들을 사로잡으며 디지털시대를 대표하는 e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리그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의 구기 스포츠처럼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리그사가 수익모델을 다양화하고 게임종목도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과 함께 프로게임팀 창단이 주춤해짐에 따라 리그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배틀탑 이강민 사장은 『게임리그 중계를 더욱 활성화해 인터넷방송, 케이블방송 등 각종 미디어에 게임리그가 크게 노출되면 프로팀의 창단열기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게임리그사 간의 협조체제도 강화해 통합게임리그, 왕중왕전 등 빅 이벤트를 마련, 다양한 게임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