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동의 방송칼럼>콘텐츠 유료 활성화 기대

방송과 정보통신을 이야기할 때 디지털 콘텐츠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 방송, 연예정보, 영화 등의 방송 콘텐츠가 정보통신과 결합된 것이 바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있어 올해는 참으로 힘든 한해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널리 활용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90년대 초부터 PC통신 등에 존재해 왔으며 통신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때는 전화선을 통해 과금이 되거나 회원제 종량과금이 되는 유료콘텐츠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사업자들에게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장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초고속망과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수익모델과 초고속망 콘텐츠 유료화 시스템은 미처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 업체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렇게 되자 콘텐츠 업체들은 자의든 타의든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에는 자금이라도 어느 정도 공급됐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자금마저도 끊겨 그야말로 냉혹한 적자생존 논리 아래 많은 기업이 쓰러지고 시장은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90년대 초보다 더 위축되었던 한 해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망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은 물론 고급 콘텐츠 시장의 형성 미비로 소비자들까지 손해보며 나아가 시장 자체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PC통신 등 기존 유료 콘텐츠 시장은 급속히 축소된 반면 새로운 인터넷 초고속망 콘텐츠 시장은 유료화로 자리잡지 못하는 이 과도기적 혼란 상황을 빨리 탈피해야 한다. 콘텐츠의 유료화는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중요하다. 사업자들이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어야 더 나은 고급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이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며 시장은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콘텐츠업계의 희망인 콘텐츠 유료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고 시장에서도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들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유료 콘텐츠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진정한 21세기는 2000년이 아닌 2001년부터라고 한다. 2000년이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과도기였던 것처럼 디지털 콘텐츠 업계도 인터넷이라는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보냈다. 그러나 내년에는 2000년의 그림자를 훌훌 털어 버리고 소비자, 콘텐츠 사업자, 망 사업자 모두가 승리하는 디지털 콘텐츠산업 활성화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티비넷커뮤니케이션즈 대표 ceo@tv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