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악학궤변>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캐럴 앨범

12월의 음반숍에는 25일 당일까지만 판매되고 매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캐럴이 집중적으로 살포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십 년을 아우르는 스테디셀러인 크리스마스의 목소리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부터 최근의 반짝 인기를 업고 제작된 엽기적이고 경박한 캐럴까지 다양한 앨범이 선보였다. 그 앨범들은 나름대로 변별성을 갖고 소비자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그 중에서 필자에게 딱 하나 추천을 부탁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마이 카인드 오브 크리스마스」를 추천하겠다.

크리스티나 아귈레라는 작년에 혜성과도 같이 등장해 어릴적 친구이기도 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순식간에 라이벌로 떠올랐다. 이는 10여년전 데비 깁슨과 티파니?경쟁구도를 떠올리게 만든 흥미진진한 사건이었다. 브리트니가 인기면에서 다소 앞섰다면 크리스티나는 음악성에서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브리트니는 올해 2집을 발표하며 전작의 성공가도를 이어갔지만 크리스티나는 해가 바뀌었음에도 아직도 데뷔 앨범에서 새로운 싱글이 커트되는 등 인璲?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2집을 잠시 보류했다. 대신 그녀가 내놓은 것은 올 2월부터 준비했다는 크리스마스 앨범이다. 바쁜 월드투어 와중에 틈틈이 만든 이번 앨범은 귀에 익숙한 스탠더드보다는 새로 만든 곡에 비중을 실은 오리지널리티가 강한 훌륭한 작품집이다.

첫 트랙인 「크리스마스 타임」은 그녀의 히트곡인 「컴 온 오버 베이비」를 만들었던 팀이 만들었는데 여기서 들려주는 그녀의 가창력은 범상치 않다. 사실 팝적인 감성에 섹시미를 강조한 브리트니에 대한 크리스티나의 차별화된 전략은 가창력에 의한 승부였다. 하지만 데뷔 앨범에서는 리듬앤블루스(R&B)적 기교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그녀의 보컬은 경이롭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교는 물론이고 힘까지 겸비한 그녀의 보컬은 웬만한 흑인가수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 외 여러 곡들이 있지만 「언브레이크 마이 하트」 등의 곡으로 순수 작곡가로서는 빌보드지에 가장 많은 넘버원 곡을 랭크시킨 다이앤 워렌의 신작 「디즈 아 더 스페셜 타임스」가 귀에 쏙 들어온다. 또한 여기에는 「오 홀리 나이트」 같은 익숙한 곡도 있는데 편곡을 독특하게 해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초반부에는 평범한 R&B풍이지만 중반부에는 70인조 코러스가 가세해 웅장한 가스펠을 연상시키며 후반부에는 R&B 키보디스트 빌리 프레스턴이 가세해 블루스풍으로 바뀌는 등 변화무쌍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앨범은 캐럴음반이면서도 비 캐럴적인 요소로 인해 보통 앨범처럼 부담없이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외견상으로 볼 때 분명 캐럴앨범이지만 어떻게 보면 곧 발매될 그녀의 두 번째 앨범 예고편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