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e코리아]문화·여성계-뉴 파워그룹이 뜬다

지난 20세기는 산업화의 시대였다. 문명이 산업화와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국가나 지역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다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면서도 문명세계 등위에서는 일방적으로 따돌림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21세기 「e-Korea」 시대에는 사뭇 다른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환경 및 여성문제가 사회 전면에서 주목받는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IT기술의 가치도 단순히 돈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가고 인류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사회·시대의 역동성을 추동하고 담아내는 역할에 더 큰 평가의 비중을 두게 될 것이다. 사회·문화·여성계 e-Korea의 예비 주역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벤처 및 IT산업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통념에 반하며 기존 질서를 뒤집는 속성을 가졌다. 이 때문에 벤처·IT산업이 융성하는 시대는 필히 여성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소프트맥스 정영희 사장(37), 마리텔레콤의 장인경 사장(49),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김양신 사장(47) 등이 대표적인 여성 주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국내는 물론 해외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여걸로 불리기보다는 당당한 기업인으로 봐

주길 바란다.

이들은 어느 사업보다도 창조성과 민첩성을 요하는 게임사업에서 여성 CEO들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개연성을 남성 CEO에 비해 월등하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이 벤처·IT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결단력이나 물리적 파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의 사업아이템 설정과 섬세한 조직관리가 그 비결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에도 「e-Korea」의 주역을 자처하는 여성파워가 늘고 있다. 민주당 허운나 의원(52)이 대표적인 인물. 허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회 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칫 IT분야에서 소외될지 모르는 여성전문인력의 권익 향상과 정책적 지원을 위한 정치권의 변신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지식재산분야에서 이경란 변리사(37)가 눈길을 끈다. 그는 전자·정보통신의 특허관련 분야에서 명성을 한껏 날리고 있다. 좀처럼 여성의 힘이 발휘되기 힘든 특허업무에서도 우먼파워는 시대의 조류와 함께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사회·문화·여성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사이버문화 창달의 게릴라를 자임하고 나선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씨(33). 그는 기존의 문화질서를 거부하는 「딴지일보」를 창간하며 기존 가부장적 문화의 반사회적 행태를 꼬집는 정도에서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대항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킹, 개인정보 침해,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테러 소탕에 팔걷고 나선 경찰청사이버테러대응센터 하옥현 단장(47). 고압적인 관료경찰의 구태를 벗어 던지고 사이트 모니터링에 여념이 없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세기, 사이버 시대의 경찰상을 읽게 한다.

「청년이 서야 나라가 선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터넷세상에서도 청년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청년이 우리나라만큼 정치·문화적인 측면에서 외면받고 있는 국가도 드물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한국청년연합회 김형주 회장(38)의 활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년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김규호군(17·서울 문일고 3년)은 아트넷펀드라는 벤처기업을 만들어 당당히 경영하고 있다. n세대인 CEO에 n세대를 타깃으로 한 사업아이템이 희망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우리나라 벤처토양이 그만큼 비옥해졌다는 반증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