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서 시작된 디지털기술의 발전은 이제 영역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컴퓨터·통신·인터넷·반도체·가전 등 모든 정보기술이 하나로 접목되면서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신기술과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IT산업 육성정책을 펼친 데 힘입어 디지털 기술분야에서 세계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실현했다. 이미 IT분야에서는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비록 일부지만 한국산 「월드베스트」제품이 세계무대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같은 IT기술은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e코리아」 구현의 근간으로서 우리가 향후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e코리아 시대의 월드베스트가 예상되는 「메이드인코리아」기술을 소개한다. 편집자◆
◇전기연구소-고속전력선통신(Power Line Communication)
전력선을 이용해 음성·데이터·인터넷 등 고속정보통신망으로 활용하는 고속전력선통신(PLC:Power Line Communication)서비스가 이르면 2001년 상반기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해부터 중기거점과제로 실시돼 온 PLC관련 기술개발 성과를 이용, 내년 상반기 제주도내 100여 가구에 1Mbps급 고속통신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기술 연구는 총괄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소를 비롯, 기인텔레콤·한전전력연구원·서울대 자동화연구소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전(파워콤)·두루넷·LG전자·기인시스템·심플렉스인터넷·리트로닉스 등도 산학연 공동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고속전력선통신은 정보가 담겨 있는 고주파를 전류에 결합시켜 전선으로 전달하면 수신부의 모뎀이 이를 다시 통신용 고주파와 전력용 전류로 분리시켜 컴퓨터나 전화 등에 전달한다.
산자부의 전력선통신 기술개발연구는 1999년 12월 시작, 오는 2004년까지 총 200억원을 투입해 10Mbps수준의 전력선통신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을 수행하는 PLC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1Mbps급 옥내용 및 옥외용 모뎀, 라우터를 개발했으며 이 성과를 바탕으로 저압전력선통신의 경우 현재 한국전기연구소 의왕전력시험센터내 옥외실증시험장 및 방배동 현장(주택 2가구)과 독일·말레이시아·중국·일본·브라질 등에서 상용서비스에 대비한 현장테스트를 실시중이다.
지금은 실험실 단계지만 이미 전력선을 이용한 전화통화가 가능하고, 곧 인터넷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이어질 경우 이 분야의 세계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전화선·광케이블과 같은 별도의 통신망을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의 전력망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므로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동남아 등이 잠재시장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엔알디테크-초고속 무선기술
경성대 학내 벤처인 엔알디테크는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광통신보다 빠른 속도로 통신할 수 있는 제4세대급 이동통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광케이블에서나 가능했던 최대 10㎞ 이내에서 250Mbps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무선으로 구현할 수 있는 통신기술이다.
특히 이 회사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60㎓의 초고주파대역은 전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처리기술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고주파처리기술이 한단계 진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엔알디테크는 플라스틱을 도체로, 금속을 비도체로 이용하는 비방사유전체선로이론을 이용해 이번 무선통신기술을 개발, 상용화했다.
신천우 사장은 『현재까지 상용화된 기술은 26·28기가 주파수대역을 이용해 최대 10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기술이 최고』라며 『이번에 개발된 RF모듈을 이용하면 장비가격은 5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속도는 최대 25배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기술이 IMT2000의 무선통신 백본망이나 초고속인터넷가입자 회선으로도 이용가능하다』며 『실험실 수준에서는 1.2기가의 데이터 전송시험에도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2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루슨트테크놀로지스·시스코시스템스·모토로라·쓰리콤 등 통신 장비업체들과 현지 투자기관으로부터 수억달러 규모의 자본투자를 제의받아 투자협상을 진행 중이다.
초고속 무선통신기기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1년 67억달러에 달하고 초고속 무선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2005년에는 4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엔알디테크는 2001년 2000만달러 규모로 시작, 오는 2005년에는 15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TRI·포항공대-ADSL보다 100배 빠른 광섬유 신소재
현재 1Mbps급 비동기디지털가입자회선(ADSL)보다 100배 이상 빠르면서도 10만명의 사용자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초고속 광증폭기용 광섬유 신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천기술연구본부 광섬유광자팀은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정보통신부의 국책연구개발사업인 「광대역 광증폭기용 소재 및 소자개발사업」 일환으로 1.6㎛파장의 L+밴드대 광증폭기용 광섬유인 프라세오디뮴(Pr)이 첨가된 셀레나이드 유리 조성의 신소재를 개발했다.
개발된 신소재는 기존 광통신에 쓰이는 광증폭기에 추가해 더 넓은 파장대를 광통신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파장대의 광증폭기로 광통신 용량을 50면짜리 흑백신문 2000년치에 해당하는 10Tbps급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이다.
1.3㎛대역, 1.45㎛대역, 1.5㎛대역, 1.7㎛대역에서 작동하는 희토류 이온 첨가 광섬유 광증폭기는 나와 있으나 1.61∼1.65㎛대역에서 작동하는 증폭기가 개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고화질 영상 및 입체영상, 가상현실 등 대용량 첨단 정보통신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차세대 10Tbps급 이상의 초대용량 광통신기술 발전을 촉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특수 광섬유 자체로도 적외선 영역의 센서, 의료용 레이저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려 부수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r 첨가 셀레나이드 광섬유는 기존에 개발된 1.48㎛파장대의 고출력 펌프 LD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하지 않고 다른 부품들은 기존 기술로도 확보가 가능해 실용화 수준까지 보완되면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의 트래픽 해소에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결과는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광통신기술학술회의(ECOC 2000)에 발표돼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삼섬전기-블루투스 모듈
삼성전기는 차세대 근거리 무선네트워크 기술로 주목받는 블루투스용 모듈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블루투스용 모듈은 데이터나 음성신호 등을 송수신할 수 있게 하는 회로기로, 데이터 전송속도가 1Mbps에 달해 반경 10∼100m에서 각종 데이터의 무선송수신이 가능하다.
삼성전기측은 이번 모듈의 개발로 이동전화기와 컴퓨터·PDA 생산업체들은 별도로 블루투스용 제품 개발이나 생산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고도 블루투스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삼성전기는 2001년 상반기부터 블루투스용 모듈 양산에 들어가 이동전화기와 컴퓨터·PDA 생산업체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900㎒ 전화기용 모듈부문의 노하우와 이동통신부품 생산을 통해 얻은 고주파 기술을 바탕으로 블루투스용 모듈사업을 집중 육성,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산품목 다양화를 위해 모듈 외에 블루투스용 헤드세트와 무선키보드 등 세트를 직접 개발·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블루투스는 PC와 프린터·전화·휴대폰 등 정보통신기기는 물론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까지 무선으로 연결, 데이터의 전송을 가능케 하는 기술로 오는 2005년에 가면 세계시장 규모가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블루투스 모듈분야에서는 2000년 4분기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가는 에릭슨이 가장 앞선 가운데 알프스전기와 마쓰시타전자부품·필립스 등이 제품출시를 서두르고 있어 이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회로선폭 0.11㎛의 1기가D램 상용화 기술
삼성전자는 세계최초로 회로선폭 0.11㎛(1㎛는 100만분의 1m) 상용화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반도체 관련 심포지엄인 제20회 VLSI(Very Large Scale Integration) 심포지엄에서 「회로선폭 0.11㎛의 1기가D램 상용화 기술」을 발표했다.
회로선폭은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에 새겨지는 회로의 선폭을 말하며 회로선폭이 미세할수록 고집적 반도체 생산이 가능해 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이 회로선폭 미세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미세한 회로선폭 기술은 0.12㎛ 기술로 삼성전자가 지난 4월 0.12㎛의 512메가D램 상용제품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1메가D램보다 1000배 집적도가 높은 1기가D램의 상용화는 0.10㎛ 이하의 공정기술을 적용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술은 산화알루미늄 박막과 요철 개념을 적용한 신구조(PASSO)를 커패시터에 적용해 회로선폭 0.11㎛ 가공공정에서도 1기가D램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0.1㎛이하 공정기술 적용시 필수적인 사진설비와 감광액 등의 설비를 교체할 필요 없이 1기가D램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측은 이 기술의 개발로 1기가D램에 필요한 신규설비 투자금액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1기가D램 시대를 대폭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비해 최소한 1년 이상 앞서 이 기술을 개발했으며 에칭·화학증착(CVD) 등의 장비개선을 통해 2002년께 상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