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IT산업 총결산>10회/끝-가전산업

올해 가전산업은 한마디로 「전강후약」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연초 특소세 폐지로 상반기내내 전품목에 걸쳐 고른 판매증가세를 나타냈지만 하반기들어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판매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가전3사를 중심으로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디지털카메라·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관련 신제품을 대거 출시, 신규 수요 창출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탓인지 수요를 활성화하지는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디지털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한 만큼 내년부터는 디지털 가전시장이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한 한해였다.

◇ AV기기

2000년 국내 컬러TV시장은 대략 187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IMF 이후 잠재됐던 대기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하반기들어 내수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완전평면TV·프로젝션TV의 고가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디지털방송에 대한 관심고조와 시장선점을 위한 가전업체들의 디지털제품 출시와 경쟁이 맞물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브」와 LG전자의 「엑스캔버스」가 치열한 격전을 벌여온 프로젝션TV시장의 경우 지난해 6만대 수준에서 올해는 12만대(교단시장 포함) 규모로 배 이상 성장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외 업체들이 치열한 판매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완전평면TV시장도 올해는 50만대를 상회해 지난해 20만대보다 2.5배 이상 급성장했다.

해외시장의 경우 약 1억3000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3%의 성장세를 보였다. 일반TV의 수요가 감소하고 완전평면TV 수요가 증가하는 등 컬러TV 소비구조가 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북미·유럽과 같은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TV에 대한 관심도 및 수요 증가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오디오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0% 정도 성장했다.

하지만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일산제품 수입이 급증, 소니·파나소닉·아이와 등 일본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35∼37%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높아진 반면 국내업체들의 판매량은 10% 이상 줄어들었다.

태광산업만이 제자리를 지켰을 뿐 해태전자와 아남전자가 부도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롯데알미늄 전자사업부(구 롯데전자)도 장기적자에 허덕이면서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VCR시장 규모는 87만대로 전년 대비 5% 성장하는 데 그쳤다. 기본기능에 충실한 염가형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났지만 보급률이 워낙 높은 탓에 신규 및 대체 수요가 거의 없었다.

해외시장은 지난해 5010만대에서 5050만대로 5000만대 규모는 유지했다. DVD플레이어시장 성장과 수요정체에 따른 시장가 하락에 대응해 소니·도시바 등 주요 VCR업체들은 OEM물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각 업체별로 기본기능이 충실한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비디오로 주목받고 있는 DVD플레이어시장은 전년 대비 100% 신장해 4만대 규모로 늘어났다.

VCR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업체별로 DVD타이틀업체와 공동마케팅으로 시장활성화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만큼 시장이 크게 활성화하지는 않았다. 반면 해외시장은 전년 대비 90% 신장한 1530만대 규모로 급성장했다. 미국·유럽·중국 중심으로 수요가 급신장하면서 업체별로 거치형 단품(single)에서 벗어나 휴대형 및 복합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백색가전

올해 냉장고시장 규모는 210만대로 전년 대비 25% 신장했다. 이는 모델이 다양해진 고부가제품인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데다 특히 김치냉장고가 전년보다 2배 정도 늘어 100만대 가까이 판매된 것에 힘입었다. 냉장고는 올해도 최대 가전제품임이 재확인됐다.

해외시장의 경우 신규수요 및 대체수요 부진으로 인해 7100만대로 전년 대비 3% 성장에 그쳤다.

올해 에어컨시장 규모는 107만대로 잠정집계됐다. 지난 6월부터 한달간 계속된 폭염으로 전년 대비 40% 신장됐으나 7월 중순부터 계속된 폭우와 태풍으로 신장세가 한풀 꺾였다.

올해를 기점으로 보급률이 40%(한계 보급률 58% 추정)에 이르러 가정용 외 업소용 및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서 신규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시장은 3300만대로 전년 대비 5% 성장했다. 최대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신규수요와 일교차가 심한 중앙아시아,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은 러시아 등지에서 냉난방 겸용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올해 세탁기시장은 총 110만대(드럼 3만대, 세탁판 107만대) 규모로 추정된다.

업체들이 인버터 등 고급기능을 추가한 차별화된 제품 출시를 통해 열띤 판매경쟁을 벌인 덕분에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해외시장 규모는 5400만대(봉 1000만대, 드럼 1800만대, 세탁판 2600만대)로 전년 대비 4% 성장에 그쳤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미국·유럽 시장과 달리 성장시장인 중남미·중동을 중심으로 국내업체들의 수출이 증가하며 세탁판방식 세탁기의 시장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올해 전자레인지시장은 70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주로 보급형의 혼수용 제품과 조리속도가 빠른 편의점용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났다. 세계수요는 전년 대비 5% 상승된 3070만대 규모에 그쳤다.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시장이 수요정체를 보이고 있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지만 중남미를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고급기능보다는 사용편의성과 디자인이 우수한 보급형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청소기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 신장한 120만대 정도로 예상된다. 각 업체별로 기본성능 외에 사용과 보관의 편의성, 청결 및 위생을 강조해 제품차별화에 나서며 수요를 이끌어냈다.

해외시장 청소기 수요는 5700만대로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을 중심으로 소비전력과 흡입력을 중시하는 제품이 인기를 끈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위생과 사용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선호했다.

◇소형가전

소형가전시장은 올해 1조∼1조2000억원 규모를 형성, 전년 대비 20% 정도 성장했다.

소형가전 중 매출규모가 가장 큰 전기밥솥은 240만대를 넘어서 매출액 기준으로는 3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신장한 것으로 전기압력밥솥의 판매확대가 최대 견인차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밥솥시장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보다 성광전자나 대웅전기산업 등 중소기업의 성장률이 두드러졌다.

전기밭솥과 달리 믹서·토스터·커피메이커·다리미 등 기타 소형가전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매출신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규수요가 크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대체수요조차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선풍기 등 하절기상품과 가습기·히터 등 동절기상품이 가장 인기리에 팔렸다.

선풍기시장은 올해 330만대를 넘어서 총 600억∼800억원의 매출규모를 형성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한 것. 그러나 선풍기시장은 중국산 저가수입품의 대량유입으로 시장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하반기들어 소형가전시장에서는 가스·석유히터 등 각종 히터류와 가습기 등 동절기상품이 전체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날씨에 따라 사용빈도나 온도를 조절하기 편리한 보조난방기기의 판매가 급신장, 선풍기형 전기히터·전기매트·할로겐형 전기스토브·소형온풍기 등이 불티나게 판매됐다.

이에 따라 올해 소형난방기기시장은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40∼50% 이상 신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이미용기기시장이 매출액 규모는 작지만 신제품 출시가 늘고 판매대수도 증가해 생활가전제품의 부진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미용기기시장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헤어드라이어나 면도기 등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양한 헤어스타일링기·여성용면도기·미안기 등이 출시돼 시장확대에 기여했다.

면도기시장은 올해 300만대 규모를 형성, 이미용기기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규모를 형성했다.

<생활전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