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통해 마련한 자본으로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흡수합병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줄을 이었다는 점은 올해 증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특징이다. IT주의 성장성에 대한 증시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굴뚝업체를 인수해 첨단기술업체로 변신시키는, 이른바 인수개발(A&D) 열풍도 거세게 불었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인수합병(M&A) 관련 공시만도 20개사, 25건으로 지난해 10개사, 12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표참조
이는 코스닥등록 IT업체들이 M&A를 통해 사업다각화 및 시너지창출을 위한 구조조정을 활발하게 진행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22일자 20면 참조
이처럼 코스닥등록 IT업체들이 M&A를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인수나 합병을 위한 실질적인 비용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어닥친 벤처열풍으로 코스닥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상승한 IT업체들이 높은 주가를 이용해 피합병 및 인수기업에 일정지분을 내주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주식교환방식(sock swapping)을 적극 활용, 관련 비용은 크게 줄이면서 M&A를 추진할 수 있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로커스·한글과컴퓨터 등 상당수 IT업체들이 이 방법을 이용해 M&A를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불어닥친 첨단기술주 거품론이 국내 증시로 확산되면서 IT업종 M&A는 좌초되기 일쑤였다. 하반기들어 대내외적인 악재에 무너진 코스닥시장의 폭락으로 IT업체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M&A 관련 공시를 내보낸 후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오히려 하락, 매수청구권 행사비중이 높아져 M&A가 불발로 그치는 사례가 늘어났다. 주성엔지니어링과 아펙스, 한글과컴퓨터와 하늘사랑, 대양이앤씨와 진두네트워크 등이 주가하락으로 매수청구권 행사가 크게 늘어나자 M&A를 포기한 케이스다.
A&D는 미국 리타워그룹이 지난 1월 코스닥등록 보일러용 소형모터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한 후 인터넷솔루션업체로 변신시키면서 국내증시에 도입됐다. 미국 등 해외증시에서 한때 유행했던 장외기업의 역상장(reverse register) 방식이 국내에서 첨단기술주 열풍과 맞물리며 A&D라는 신종 테마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후 바른손·동미테크·신안화섬 등 10여개 코스닥업체가 A&D를 통해 IT업체로 전환하며 높은 주가상승률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A&D주는 지수 관련 대형주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시장이 만들어낸 테마의 성격이 짙은데다 갈수록 희소성마저 감소됨에 따라 IT업체로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증시의 소외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