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위성방송사업자로 선정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은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한해다.
그동안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결성했던 컨소시엄을 정식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7월부터 시험 서비스에 들어가 10월이면 본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KDB컨소시엄은 법인 설립을 오는 3월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진과 이사 구성, 필요한 기술 및 마케팅 인력을 준비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위성방송 플랫폼 사업자는 백화점 관리자에 자주 비유된다. 100개 이상의 채널을 어떤 콘텐츠로 채워넣을 것인가부터 채널 패키징·가입자 유치 및 관리·수신기 유통·PP와의 수익 분배 등 위성방송 서비스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의 성공은 얼마나 빠른 시간에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KDB는 가입자 확보의 선결조건이라 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 보급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위해 KDB는 가입자들이 보다 저렴하게 세트톱박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초기에 적자를 보더라도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적자폭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익구조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입자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월 6900원∼3만원대의 다양한 채널묶음을 통해 가입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수신기 가격도 패키지 종류에 따라 무료에서부터 1만2500원(12개월 할부기준)까지 세분화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있는 채널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KDB는 첫해에 74개 채널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114개 채널로 확대할 예정이며 오락과 정보를 융합시킨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위성방송의 사업성과 공익성을 조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노인·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채널, 시민 액세스채널인 시민의 채널 및 독립제작사를 위한 슈퍼스테이션 채널 등 공익채널을 위성방송사의 자체 채널화해 육성함으로써 방송의 공적책임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KDB는 또 양방향 멀티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전자상거래·생활정보검색·게임 등 데이터서비스를 기본 패키지화해 종합 멀티미디어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렇게 될 경우 위성방송 하나로 레이저디스크(LD) 수준의 화질과 CD 수준의 음질의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방송과 유무선 통신망을 결합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도 가능하게 된다.
부가서비스의 경우 사업개시 1차연도에 10여종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2차연도에는 이를 20여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별도의 데이터 채널을 통해 인터넷검색·홈뱅킹·e메일 등을 기본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가입자가 원하면 패키지와는 별도로 다양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유사 주문형 비디오라 불리는 NVOD(Near Video On Demand)는 단일 프로그램을 다수 채널을 통해 시작시간을 각기 달리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각 시청자가 편한 시간에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하다.
개별 프로그램을 유료로 시청할 수 있는 PPV(Pay Per View)서비스도 도입키로 했다. 이 서비스는 스포츠 이벤트·최신 영화 등을 보고 편당으로 요금을 징수할 수 있어 효율적이며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PPV의 편당 시청료는 대략 1000원 선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KDB는 이 두 가지 서비스를 오는 10월부터 곧바로 제공한다는 계획 아래 법인설립 직후 국내외 비디오서버 업체 등과 장비구매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KDB는 위성방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이 우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안에 6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조합을 조성,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 투자조합은 단기적으로 자금을 바탕으로 콘텐츠센터를 구축해 중소 콘텐츠 제작사에 저가로 장비 및 스튜디오를 임대하고 펀딩, 콘텐츠 국내외 유통 및 인력양성 등도 지원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외국 미디어자본을 유치해 콘텐츠 제작센터는 물론 레저와 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하는 미디어 테마파크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KDB는 특히 중소제작사 지원을 위해 기존의 저작권 소유관행을 개선하고 외주제작비율을 높여나갈 예정이며 채널 사용사업자 지원을 위해 케이블TV보다 높은 수익구조를 보장해 주기로 했다.
KDB는 160개의 크고 작은 기업체로 이뤄진 컨소시엄으로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안정적인 기반위에서 운영해 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먼저 주주와 전문경영인간의 경영계약을 통해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부여키로 했다. 또 사외이사를 사내이사보다 많은 수로 배정하고 상장법인에서나 볼 수 있는 감사위원회의 상설화를 제도화해 경영을 투명하게 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함께 소액주주 권리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채널편성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채널구성위원회와 시청자 권익보호를 위한 시청자위원회도 설치 운용키로 했다.
KDB는 위성방송사업의 조기정착을 위해 초기 자본금 3000억원 등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 2000억원 이상의 마케팅비용을 초기에 투입하고 해외파트너를 통해 습득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4년 안에 200만 가입자를 확보함으로써 4년차에 당기순이익, 6년차에 누적순이익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