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증시가 주는 교훈

올해 증시는 기형적인 매매구조와 대외적인 변수의 영향, 정보기술(IT)산업의 위축, 구조조정과 관련한 시장의 불신 등이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22일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폭락장세로 몰아넣었던 변수와 특징을 검토하는 것이 향후 장세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먼저 외국인들이 9∼10월을 제외하고 매달 순매수를 기록할 정도로 매수일변도였던 데 반해 기관들은 매도에만 치중했던 것이 약세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기관은 1월과 9월 두달을 제외하고 매달 순매도를 기록했다. SK증권은 지난해처럼 올해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장세를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외적인 변수에 의존한 한해였다. IT산업의 출현으로 국제화가 더욱 강화돼 세계시장과 동시성을 연출함으로써 1년내내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나스닥시장의 폭락과 반도체가격의 하락이 즉각 서울 증시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IT산업의 위축도 올 증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IT산업이 경제의 주도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경기에 가장 민감한 산업으로 부상, IT관련주들이 경기 민감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SK증권은 주장했다.

세계 경제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IT관련주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이는 곧바로 서울 증시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으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바라던 투자자들은 정부와 유동성 위험에 처한 기업주들의 느슨한 행동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다. 「늑대소년에게 당한 마을 사람들」 신세가 돼 버린 투자자들에게 연일 발표되는 대책들은 비판적인 논란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오재열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증시는 갖가지 위험요소가 동시에 반영됐다』며 『이러한 걸림돌이 해결되려면 외국증시 안정화와 신속한 구조조정·경기회복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