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하이테크, 정현준게이트, 진승현리스트….」
올 한해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주가조작 사건들이다.
코스닥등록 반도체부품업체인 세종하이테크가 지난해 11월 코스닥등록을 앞두고 등록후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사실이 올 7월 4일 뒤늦게 밝혀졌다. 주가조작으로 지난 1월 당시 11만원대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3월 말경에는 33만원까지 급상승했고 주가조작이 끝나자 15만원선으로 다시 하락했다.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은 직간접적으로 코스닥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며 7월 초 150대이던 지수를 110대까지 끌어내렸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이 급등한 것은 주가조작과 내부거래자 역할이 컸다는 극언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 펀드매니저는 『이번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예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전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 사장이 KDL 주가조작을 위해 고객증권위탁계좌를 불법으로 이용, 주식을 받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정에서 회사에 큰 피해를 입힌 전 유일반도체 사장을 대신해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현준 사건은 정치권 로비설로까지 비화될 정도로 코스닥시장의 전대미문의 주가조작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코스닥시장은 물론 벤처기업 CEO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렸고 특히 KDL과 같은 코스닥등록 벤처지주회사들의 주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한 금융인의 주가조작이 관련도 없는 벤처기업들의 주가를 속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사건도 발생했다. 리젠트증권 주가조작으로 지난달 구속된 전 MCI코리아 진승현 사장의 리스트에 E사, Y사 등 10여개 코스닥등록 업체들이 연루됐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사실 확인결과 이들 업체는 진승현리스트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기업이미지가 이미 손상된 뒤였다.
이밖에도 올 한해 성도이엔지와 동신에스엔티는 주가조작으로, 테라는 허위사실 유포로 코스닥시장의 신뢰 및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의 주가조작사건은 코스닥시장 상승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가조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주가조작 사건 일지
7월4일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
8월17일 테라 박상훈 사장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
10월22일 KDL 정현준 사장 불법대출 검찰 고발
11월23일 MCI코리아 진승현 사장 불법대출 금감원 내사
12월19일 동신에스엔티 임중순 사장 검찰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