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통한 미래지향.」
21세기를 맞아 「e코리아」에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던져진 새 화두다. 디지털 경제, 이른바 비트(Bit)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혁신」이 없는 기업이 존재할 여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업문화를 버리고 혁신적인 경영 스타일을 선보이며 신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벤처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벤처만이 신경제와 e코리아 시대의 주역이 되라는 법은 없다. 굴뚝기업으로 폄하된 전통 제조업체들이나 기존 대기업들도 혁신적인 경영시스템 도입과 미래지향적인 경영으로 얼마든지 e코리아를 주도할 수 있다.
오히려 e코리아는 특정 기업군에 의존하기보다는 벤처기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들의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더욱 빠른 시간 안에 실현될 수 있다. e코리아를 이끌 기업을 기업군별로 예상해본다. 편집자
◇대기업-황새걸음하는 IT업계 3강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기술(IT)업계의 선두주자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머리(반도체)에서 몸(통신스템), 팔과 다리(정보가전 기기 및 이동통신 단말기)에 이르기까지 IT 분야의 모든 길은 이들 IT 3사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엔 게임·개인정보·포털 등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들이 3사의 무선인터넷 기기로 속속 결합되고 있다.
자금·인력·네트워크 등 막강한 인프라를 구축한 이들 IT 3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국내 IT산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3사는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월드베스트」 품목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e코리아로 가는길을 주도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3사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에서 외산 장비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아낼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2.5세대이동통신(IS85C) 서비스가 시작된데다 3세대이동통신도 선행과제에서 당면과제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에릭슨·노키아·모토로라·루슨트테크놀로지스·노텔네트웍스 등이 한국 공략을 위한 고삐를 바짝 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변화에 맞서 삼성·LG·현대전자가 때론 동반자(제휴)로서, 때론 경쟁자로서 풀어낼 「선택과 집중의 묘수」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견기업-괄목상대할 중견기업
중견기업군에서는 세원텔레콤·텔슨전자·팬택·아남반도체(구 아남산업)·KEC(구 한국전자)·동부전자·이스텔시스템즈(구 성미전자) 등이 주목된다. 세원텔레콤·텔슨전자·팬택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에서 다진 경험을 토대로 유럽형이동전화(GSM) 단말기·IMT2000 단말기로 사업 영역을 확산하고 있다. 특히 무선인터넷 콘텐츠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종합 무선인터넷 장비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안팎으로 내실을 다지는 중이다.
GSM 단말기로 세계 시장을 향해 포문을 연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세원텔레콤은 GSM 단말기 전문업체인 맥슨텔레콤(구 맥슨전자)을 인수하는 한편 자체 모델 수출을 강화하고 있다. 텔슨전자도 계열사인 텔슨정보통신을 통해 GSM 단말기의 중국 및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선 상태다. 팬택도 유럽을 향해 GSM 출사표를 던졌다.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로 e코리아 주도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와 함께 현대전자까지 파운드리 전용라인 증설에 가세, 우리나라를 세계 2위의 파운드리 공급국가로 끌어올릴 태세다. 또 소신호용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꿈꾸고 있는 KEC도 주목할 기업이다. 또 이스텔시스템즈는 일찍부터 국내에서 생소한 비동기식 IMT2000(WCDMA) 기반기술 및 시스템 연구를 진행, 3세대이동통신 기지국 관련장비 분야에서 전도가 유망하다.
◇벤처기업-거품론이 무색한 벤처기업
벤처기업은 좁게는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의 기대주이며 다가오는 IT 강국, e코리아로 가는 길에 실질적인 근간이 되는 기업군이다. 벤처군에서는 자체 백신 엔진을 개발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를 필두로 국산 워드 시장의 강자인 한글과컴퓨터, 무료 e메일서비스로 1000만 회원을 끌어모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인터넷 검색업체인 네이버 등이 e코리아 주도기업으로 분류된다.
국내 인터넷 경매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는 옥션, 「리니지」라는 온라인게임으로 게임 바람을 몰고온 엔씨소프트, 「바람의 나라」로 맹렬한 성장세에 들어선 넥슨 등도 미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는 기업들로 e코리아 주도기업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벤처기업들이다. 그런가 하면 기업 대 소비자(B2C) 및 기업 대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솔루션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올라선 이네트, 인터넷 저작도구 전문업체인 나모인터렉티브 등도 21세기 e코리아를 실현할 대표주자다.
이밖에 제조업 벤처 중에서도 e코리아 주도기업에 올려놔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업들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벤처기업군에서 어느 업체가 e코리아를 주도할지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변화에 민감한 벤처 비지니스의 특성상 기업의 흥망성쇠가 엄청나게 자주 일어나며 벤처회의론, 벤처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벤처 스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