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Ⅰ-도전 21>현대그룹-현대전자

99년 LG와의 반도체 빅딜을 성사시킨 현대전자(대표 박종섭 http://www.hei.co.kr)는 톱 10의 반도체 회사로 도약했다. 2000년 상반기 매출을 근거로 99년 15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도체 빅딜 이후 탄탄대로를 걷던 현대전자는 지난해말 한차례 크게 휘청거렸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 여파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던 것이다.

연말 국내외 금융기관을 통해 1조원에 달하는 신디케이션론 중 8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차입해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단 껐으나 올 상반기 내내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상황이다. IMF 당시 발행한 회사채의 상환기일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 주 수입원인 D램 반도체의 경기도 적어도 올해 1분기까지는 큰 기대를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8년 140억달러로 저점을 이룬 후 99년에 약 50%의 고성장을 이룬 D램경기가 지난해 3·4분기를 정점으로 4·4분기들어 PC수요의 둔화와 D램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신제품 출시 등에 힘입어 다시 2·4분기나 돼야 회복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전자는 상반기까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하반기에 다시 공격적인 영업으로 전환하는 단계별 경영전략을 마련했다.

이 회사의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5000억원이 줄어든 1조5000억원 규모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로 기존 라인의 회로선폭 설계기술을 높이거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됐다.

전반적인 공급과잉 상태에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치중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지속했던 재무구조 개선도 올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년 동안 자산매각 및 증자 등을 통해 통합 당시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11월말 7조7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가량 줄였으며 올해에도 만기도래하는 부채 상환 일정에 맞게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절대 차입급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국내 회사채 시장의 한계에서 탈피해 해외시장에서 5년 이상의 장기 회사채 발행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이미 2000년에 카오디오를 생산하는 전장사업부와 모니터사업부를 분리시켰으며 앞으로 통신과 LCD 부문도 해외의 전략적 파트너를 통해 지분 매각이나 분리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렇지만 헐값에 매각하지는 않겠다는 게 박종섭 사장의 의지다.

재무구조만 개선한다고 회사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현대전자 앞에는 만만치 않은 경쟁업체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만과 중국업체들의 파상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생각이다.

현대전자는 내년 2분기 이후 D램 시장이 다시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올해보다 1조원 정도 늘어난 10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내심 11조원까지도 돌파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전자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 끊임없는 원가절감과 다양한 제품생산을 통해 이익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 기존 팹의 생명주기를 연장시키고 노후한 팹을 과감히 수탁생산(파운드리)라인으로 전환해 제품의 다각화와 자산 효율성 제고를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현대전자에 대한 재계의 관심사는 독립경영 여부다.

이미 예정된 대로 현대전자는 올 상반기까지 계열분리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미국식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정착시켰으며 과반수가 넘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

보했다는 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또한 회사명도 바꿔 현대 이미지에서 탈피하려 한다. 사실상 독립경영상태다.

그렇지만 재계는 정몽헌 회장의 건설 회장 복귀 등으로 현대전자의 행로가 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대해 박종섭 사장은 『적법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지분관계 및 계열사로부터 받은 채무보증 등의 문제가 남아 있으나 곧 해결될 것으로, 독립경영에 큰 장애는 없다』고 강조한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