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뉴밀레니엄에 대한 희망으로 시작한 거래소시장은 개장일인 1월 4일 연중최고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대박의 꿈을 부풀렸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코스닥시장도 한껏 부풀려진 첨단기술주의 거품이 걷히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의 「대박의 꿈」은 「쪽박」으로 현실화됐고 「무주식이 상팔자」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투자자들은 100조원이 넘는 돈을 허공에 날렸으며 지루하고 긴 고통의 나날이 이어지는 한 해였다. 편집자
◇거래소
2000년 증시 폐장일인 26일 종합주가지수는 504.62로 한해를 마감했다. 지난 1월 4일 1059.04에서 출발한 주가가 52.3%나 떨어졌다.
개장 첫날인 1월 4일 종합주가지수는 IMF 이후 최고치인 1059.04를 기록했다. 15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돌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갖은 악재들이 터져나오고 정부의 구조조정마저 신통치 않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주가는 500선 붕괴 직전까지 왔다. 1년 만에 IMF 수준으로 회귀하고 만 것이다.
거래소시장은 개장 첫날을 정점으로 이렇다할 반등도 못해본 채 저점을 낮춰갔다. 지난 4월 17일 세계증시를 강타한 블랙먼데이 때 97.17포인트(11.63%)나 추락하며 하락장을 예고했다. 7월 말 잠시 800선까지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으나 약세기조는 이어졌으며 11월부터는 500∼6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지루한 장세를 보였다.
연초 357조773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연말 186조2060억원으로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주식폭락의 최대피해자인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소시장에서만 64조2000억원을 허공에 날렸다.
한편 외국인투자가들은 매수세를 유지하며 11조원 가량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올 한해 주식시장의 유일한 매수세로 여겨지면서 투자자들은 외국인 눈치살피기에 급급했다. 이처럼 외국인투자가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해외시장 동조화 현상이 심화됐다.
증시전문가들은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된데다 「정현준·진승현게이트」로 불린 매머드급 금융스캔들과 각종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져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나스닥시장 폭락과 국제유가 급등, 반도체 산업정점 논쟁 등 대외적인 악재들도 증시의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코스닥시장은 연초대비 지수가 70.2%나 폭락했다. 시가총액도 96조900억원에서 29조150억원으로 급격하게 위축됐다. 올해 신규등록업체와 유상증자 물량을 감안한다면 시가총액 감소는 이보다 크게 늘어난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3월 10일 283.44를 정점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하락세를 지속해 온 코스닥시장은 결국 폐장일인 12월 26일 52.28로 사상최저치를 기록하며 올해를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의 붕괴는 첨단기술주의 거품론에서 촉발됐다. 아무리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더라도 실적이 전혀 뒷받침되지 못하는 인터넷업체들의 주가가 수백만원에 이른 것은 거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급전됐다. 3월 이후 인터넷주를 비롯해 정보기술(IT) 테마주들이 일제히 폭락하며 심리적 지지선마저 상실한 채 사상최저치까지 밀렸다.
수급불균형도 주가하락에 일조했다. 올해 코스닥시장은 유상증자 등으로 10조원이 넘는 신규주식이 공급됐다. 유상증자는 모두 200건 5조4132억원으로 지난해 증자규모에 비해 76%나 늘어났으며 사채발행에 의한 자금조달은 2조4354억원으로 56%나 증가했다. 신규등록업체의 공모자금도 2조5405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등록업체들이 증시에서 경쟁적으로 자금을 끌어당김에 따라 시장의 체력이 지나치게 저하된 것이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은 지속됐다. 등록업체수는 지난해 말 453개에서 601개로 늘어났고 자본금도 13조원대에서 15조원대로 늘어났다. 거래량도 지난해 연간 86억7439만주였던 것이 올해 508억6971만주로 5.86배 늘어났고 하루 평균 거래량도 지난해 3483만여주에서 2억1195만주로 늘어났다.
증시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코스닥시장이 올해 급격한 조정양상을 보였다』며 『60선 회복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