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전산망 가동 중단 현실화되나

◆핵심인력 대거 이탈-방화벽·보안문제 걸려 타은행 대지급도 어려워

「국민·주택은행 전산망 가동이 중단되는가.」

국민·주택은행의 파업이 28일 금융권 전체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전체 금융권 전산망 가동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주택은행의 파업에 전산실 핵심인력이 대거 참여함에 따라 두 은행은 이미 전산실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전산인력 250여명 가운데 팀장급 인력 27명만이 전산실에 남아 기본적인 업무만 처리하고 있다. 특히 잔류한 전산직원의 경우도 대부분 간부사원이랄 수 있는 팀장급과 소수 계약직 사원으로 업무처리의 한계가 뚜렷하다.

또한 자회사인 국민데이타시스템의 인력이 있기는 하지만 시스템운용·프로그램 가동 등 고유의 업무는 할 수 있으나 영업점 업무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업무가 발생할 경우는 더더욱 어렵다. 주택은행 역시 대부분의 핵심인력이 현재 빠져나간 가운데 전산실을 가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태수습을 위해 기업은행·농협 직원 200여명을 두 은행에 파견했지만 대부분 어음교환업무에 파견돼 영업점 업무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태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산시스템의 패스워드를 알고 있는 필수 전산요원들이 업무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이 이를 푸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결제시스템이 동작불능 상태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산망 운영이 중단되면 인터넷뱅킹이나 PC뱅킹 등 자동화기기를 통한 타행환송금이 불가능해지고 두 은행이 발행한 어음수표의 교환결제가 전면 중단된다. 또 두 은행 신용카드 가맹점을 통한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며 수출환어음 매입 등 무역거래도 중단돼 기업체의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은행의 경우도 만기돼 돌아온 자금회수가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국민은행 29개 거점은행과 주택은행 59개 거점은행이 대지급에 관한 업무를 보고 있으나 CD카드가 없을 경우 잔액조회가 제대로 안돼 팩스로 잔액조회하는 등 업무처리에 관한 사항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업무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지급을 하라고는 했으나 실제로 국민·주택은행이 방화벽을 풀어줘야 두 은행 고객의 잔액상황 등을 알아서 대지급을 해줄 수 있을 것 아니냐』며 『방화벽을 푼다 해도 금융망에 대한 해킹위험 등으로 사실상 대지급은 힘들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국민·주택은행의 파업이 금융권 전체의 전면파업으로 이어질 경우다. 현재 조흥은행이나 한빛은행 전산실 관계자는 파업이 이뤄진다 해도 전산실 업무는 동요 없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점과 이미 구조조정이 상당폭 진행됐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전면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타 은행 전산실 직원의 동참과 이로 인해 전산망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