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컴 업체들이 내년에 신규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로 한 것은 경기불황 우려에 따른 투자위축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기업들이 정보기술(IT)투자만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속설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추진 배경 =올해의 지나친(?) 고성장이 내년 경기하강 추세와 맞닥뜨리면 자칫 끝없는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세적인 영업만이 내년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스토리지·서비스·솔루션사업 등 새롭게 급부상한 시장을 선점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본지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과 이에 따른 IT투자의 규모도 축소 내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여전히 내년 매출목표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격적인 경영만이 불황 타개의 해법이라는 결론이다.
업체별로 처해 있는 상황도 공격 경영을 감행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컴팩코리아나 한국HP·LGIBM·삼성전자 등은 그동안 몸을 사려온 한국델컴퓨터·SGI코리아·켁신시스템(게이트웨이) 등의 대공세에 직면해 있고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넷컴스토리지·클루닉스 등 조립업체들의 약진도 위협세력으로 다가온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유닉스서버의 경우는 컴팩컴퓨터의 약진과 한국썬의 수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IBM·한국HP·한국후지쯔 등의 업체가 새로운 가격전략을 앞세워 이들 업체를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썬이나 한국컴팩 등 6월 결산법인들의 경우 이미 지난 상반기에 경기호조를 예상해 매출목표를 대폭 상향해 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10월 결산법인인 한국HP도 급박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체에 따라서는 매출목표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판이다.
◇ 추진 전략 =이런 점에서 볼 때 올해 1조원대의 매출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IBM의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IBM은 PC서버를 주력으로 하는 LGIBM의 매출을 합산할 경우 이미 지난해 9000억원대를 넘어섰다. 금융권을 기반으로 한 제조·유통·닷컴 등 산업 전부문에 걸쳐 고른 성장세를 보인데 힘입은 것이다. 올해에는 국내 산업의 특수를 타고 LGIBM의 매출을 제외한 단일기업 매출만으로도 1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리눅스 분야와 스토리지 등 새롭게 부상한 부문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기존에 추진해온 아웃소싱이나 컨설팅 등 서비스부문의 매출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되 신규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새롭게 브랜드를 통일한 「e서버」 부문의 매출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이같은 전략은 이 부문 전문인력의 대폭적인 영입은 물론 무상임대 개념의 판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기저에 깔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컴팩코리아도 관심의 대상이다. 한국썬은 올해 유닉스서버 업계 수위업체로 올라섰으며 컴팩코리아 역시 PC서버시장의 강세와 함께 유닉스서버의 매출이 통합 이전인 한국디지탈 시절의 위상을 되찾았다. 이들 두 업체의 전략은 물론 박스업체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토털 솔루션 업체로의 자리매김이다. 이를 통해 경기하강 국면을 대비하고 향후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두 업체는 현재 시스템통합(SI)서비스·스토리지 등의 사업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 아래 사업부 신설과 인력확충을 마무리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서비스부문에 강세를 보였던 한국유니시스와 한국후지쯔는 솔루션 공급과 서비스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받고 있다. 한국유니시스는 32웨이 PC서버를 앞세워 내년도 PC서버시장을 석권한다는 그랜드플랜을 이미 세웠고 한국후지쯔는 기존에 강세를 보였던 SI부문과 새로이 시작하는 스토리지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SGI코리아·한국델컴퓨터·켁신시스템 등 중견 서버업체들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이들 서버업체는 틈새시장과 컨슈머 시장에서 갖춘 입지를 발판으로 PC서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 향후 전망 =업체에 따라서는 50%가 넘는 계획을 수립한 곳과 아예 현실론을 반영해 올해보다 매출 목표를 하향 조정한 업체도 있다. 하지만 중대형컴 업계의 전략대로라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15∼50% 정도 높은 매출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상반기 금융권 구조조정이 끝나고 하반기에 IMT2000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되면 이와 관련시장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업체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경기가 5%대의 성장세에 그치는 등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다 금융권 구조조정의 경우도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대형컴 업계는 국내 경제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공격적인 경영만이 영업력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기존 부문의 영업강화 및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적극적인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