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스토리지 전문업체인 한국EMC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국EMC(대표 정형문)는 내년 영업강화와 전략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3개 사업본부, 9개 사업부 체제인 회사조직을 5개 사업본부, 25개 사업부 형태의 산업부문별 세부조직으로 확대·개편하는 한편 부사장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28일 밝혔다. 한국EMC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기는 지난 95년 지사출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내용은 영업사업본부·서비스사업본부·서포트사업본부 등 3개 사업본부를 영업본부·고객서비스본부·기술지원본부·영업지원본부·관리사업본부 등 5개의 보다 세분화된 사업본부 체제로 확대한 것 외에도 기존의 금융·통신·정부·공공 등 9개 사업부를 보다 세분화해 25개 사업부로 대폭 확대·신설한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 25개 사업부는 기존 부문별 사업부를 기업의 규모에 맞도록 금융권이라도 은행, 또 은행이라 하더라도 몇개 은행을 그룹으로 나눠 담당토록 하는 세부부문별 조직으로 분할했다. 대기업군도 그룹별·계열사별 조직으로 세분화했고 중소기업도 별도 담당토록 하는 조직으로 개편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에서 돋보이는 것은 다른 외국계 기업과는 달리 펑션별팀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 조직에서도 담당자는 별도로 두기는 했으나 팀제개편은 이번 개편의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 현재 재난복구팀·e비즈니스팀·SAN팀·NAS팀·SEME팀 등을 신설, 고객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별동대(TFT) 같은 개념으로 운용할 계획이며 이들 팀에 배치된 인원은 모두 5개 사업본부, 25개 사업부에 배속된 인원이다.
◆조직개편 배경 및 향후 전망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95년 지사설립 이후 매년 100% 이상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한국EMC의 달라진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사설립 첫해인 지난 95년 2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5년 만에 20배 수준으로 급상승, 올해에는 소프트웨어·컨설팅 매출을 포함해 모두 4000억원대의 매출을 일궈냈다.
직원수도 4명에 불과하던 것이 250여명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에는 스토리지 수요의 급증에 따라 인력을 대폭 영입, 연초 85명에서 3배 이상 늘어났다. 내년 상반기까지 300여명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한마디로 컴팩코리아·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후지쯔 등 유력서버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한국EMC는 이같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영업의 지속적 활성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기존 조직으로는 고객서비스는 물론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스토리지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버업체들과의 경쟁을 의식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IBM·한국HP·컴팩코리아·한국썬·한국후지쯔 등 서버업체들은 내년 주력사업분야로 스토리지시장을 지목하고 있으며 별도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한국EMC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EMC는 이번 조직개편을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임명한 함만성 부사장과 송기복 부사장이 정형문 사장을 충실하게 보좌하면서 기존 조직의 연결고리 역할 및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산업부문별 25개 사업부 역시 기존 사업방식과는 달리 전문분야별 영업에 주력
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한국EMC는 올해 총 4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나 내년에는 이보다 80% 정도 늘어난 매출목표를 잡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목표를 늘려잡은 업체는 거의 없다. 올해 급성장한 한국썬조차도 50% 성장한 매출목표를 잡아놓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5개 사업본부, 25개 사업부를 풀가동하면서 별동대인 e비즈니스팀·재난복구팀 등 펑션별팀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서비스·채널조직 등 대내외적인 조직운영의 묘도 살릴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