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연휴 볼만한 비디오

세밑이다. 항상 그렇지만 보내는 한해는 아쉽다. 제2의 IMF를 운운할 정도로 주름진 경제를 생각하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연말이다. 하지만 맞이하는 새해는 새롭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기대와 소망이 있는 한 새해는 항상 희망에 차있다.

연말과 연시로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스키장으로 몰려가는 여느때와 달리 이번 연휴에는 한해를 되돌아 보고 새해를 설계하는 안방족들이 늘어날 것 같다. 상당수의 안방족들이 가까운 비디오 가게를 찾게 되지만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면 비디오 시청도 결코 손쉬운 오락거리가 아니다. 매주 쏟아지는 신작의 홍수 속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비디오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족이 함께 시청할 경우 각자의 기호도 만족시켜야 하고 연소자관람불가 장면이 끼여 있지 않는지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여기에는 몇가지 노하우가 있다. 우선 대여숍에 들어가 눈에 띄는 곳에 전시해 놓은 신작들을 찾아보는 것이 재미있는 비디오를 고르는 첫번째 방법이다. 특히 대여숍의 크기나 보유 편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한 같은 종류의 작품을 3편 이상 구비해놓았다면 「킬링 타임」용으로는 제격이다. 오우삼 감독의 액션물 「미션 임파서블2」, 미국 SF액션 「엑스맨」, 멜 깁슨 주연의 「패트리어트:늪속의 여우」,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스릴러 「왓쳐」,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감독의 코미디물 「무서운 영화」,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의 「택시2」 등이 요즘 한창 잘나가는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특히 「미션 임파서블2」의 경우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동일 제목의 후속편으로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으며 오우삼 감독 특유의 현란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시청해도 좋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인기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 화제가 된 「엑스맨」도 볼만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SF요소가 강해 특히 멜러 취향의 주부층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 영화로는 신현준·정준호 주연의 「싸이렌」, 김희선·신현준 주연의 무협 액션물 「비천무」, 곽지균 감독·배두나 주연의 드라마 「청춘」 등이 볼만한 작품으로 꼽힌다.

멜러 취향의 드라마 팬이라면 리처드 기어·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뉴욕의 가을」과 양조위·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 두 편을 시청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각각 미국 영화와 중국 영화라는 점이 다르지만 중후한 중년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고 소재와 터치가 비슷해 비교해서 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신 화제작을 볼 수 있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지만 비어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는 이전에 출시된 작품 중에서 화제작을 찾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대여숍들은 출시된 후 두달 이상 되면 구프로로 분류해 조금 안쪽에 진열해 놓는다. 구프로 중에서 재미있는 작품을 골라내는 방법은 외화와 우리영화에 따라 다르다. 우선 외화의 경우 유명 배우나 감독의 작품으로 5대 메이저(CIC·폭스·콜럼비아트라이스타·브에나비스타·워너)가 배급한 것이면 확실히 재미있다. 피어스 브로스넌·소피 마르소 주연의 작품으로 폭스가 7월에 출시한 「007 언리미티드」를 비롯해 「어드벤처 미이라」(CIC), 「경찰서를 털어라」(콜럼비아), 「식스센스」(브에나), 「엔드오브데이즈」(브에나), 「스타워즈 에피소드1」(폭스) 등이 이같은 경우를 만족시켜 주는 작품들이다.

스타 배우나 감독이 작품 제작을 주도하는 「스타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한 국내의 경우 배우나 감독, 영화사가 재미를 보증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영화의 경우에는 극장 개봉 당시 관객의 입소문이 가장 확실한 척도가 된다. 다행히 올해에는 우리영화 히트작이 양산됐으며 그만큼 볼만한 비디오도 많다. 비디오 출시일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작품은 「주유소 습격사건」. 올해 1월에 출시된 이 작품은 이성재·유오성·유지태·강성진 등 굵직한 스타들을 양산해 내면서 지금까지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다만 폭력성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송강호·박상면·장진영 주연의 코미디물 「반칙왕」, 유지태·김하늘 주연의 멜러 「동감」, 전도연·최민식·주진모 주연의 성인물 「해피엔드」,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스릴러 「텔미 썸딩」,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장동건 주연의 액션 「아나키스트」, 최민수·정우성 주연의 「유령」, 유지태·하지원 주연의 「가위」 등이 올해 인기를 모은 작품들로 모두 비디오로 출시됐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는 「토이 스토리2」와 「이집트 왕자」 「타잔」 등이 올해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한편 비디오숍 체인인 영화마을은 본사의 홈페이지(http://www.cinetown.co.kr)에 최신 작품의 인기순위는 물론 연간 대여순위를 게재해 놓고 있어 이를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화마을 체인점의 한 관계자는 『재미있는 비디오와 명작 영화는 다르며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비디오를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도저도 자신없고 귀찮으면 비디오 대여점 주인에게 좋아하는 장르나 스타일을 말하고 골라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가장 손쉽다』고 조언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