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게임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216억원 규모였던 온라인 게임이 1200억원으로 5배 정도 커졌으며 PC 게임도 99년 850억원 규모에서 1400억원 정도로 늘어났다.
특히 PC 게임의 경우 98년 4월 출시된 이후 2년 연속 패권을 차지했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포스트 스타크래프트」의 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졌다.
2000년 한해가 저물어가는 현 시점에서 게임 배급 및 유통 관계자들은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2」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국내 배급사인 한빛소프트(대표 김영만)가 지난 7월 출시한 이 작품은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명성에 힘입어 현재까지 50만장 정도가 판매됐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할 때 30만장이 판매된 스타크래프트를 2위에, 2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를 3위에 랭크시키는 데까지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4위 이후부터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무엇보다도 제작사별로 정확한 판매량 집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15만장에서 10만장 안팎의 판매고를 올리면 10위권에 랭크가 되고 3만장 이상 판매되면 20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위자드소프트(대표 심경주)가 자사의 직매장과 신세계I&C(E마트)의 게임 매장에서 판매된 수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는 15만장 정도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되는 EA의 축구 게임 「피파2000」이 차지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에이지오브엠파이어2」가 5위에 랭크됐다. 표참조
전국 소매점 30여곳에서 타이틀별로 올해 판매된 수량에 따라 집계한 이 결과는 하반기에 출시된 작품의 인기도가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됐다. 특히 겨울 시즌을 타깃으로 이달에 출시된 작품의 경우 최근 들어 인기가 치솟고 있으나 실제로 순위에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올 한해 시장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분야는 전략 시뮬레이션. 스타크래프트와 그 확장 버전인 브루드워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했지만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거셌다. 「에이지오브엠파이어」와 「레드얼럿2」는 비록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깨뜨리지는 못했지만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EA는 스타크래프트의 블리자드 아성을 깨기 위한 히든 카든로 각각 에이지오브엠파이어와 레드얼럿2를 내놓았으며 비록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일본 코에이사의 「삼국지7」와 E2소프트의 「삼국통일」, 삼성전자의 「임진록2」 등도 나름의 장점을 바탕으로 인기를 모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분야에서 2000년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속할 작품으로 꼽힌다.
또한 판타그램의 「킹덤언더파이어」는 지난 1일 뒤늦게 출시됐지만 일반적인 RTS 게임과는 달리 RPG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지평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이달말 현재 4만8000장이 판매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내년 초 전세계 시장에 출시돼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서 시험무대에 오르게 된다.
동서게임채널의 야심작인 「삼국지천명2」도 4만장 정도 팔리는 등 인기를 모아 국산 시리즈의 명작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롤플레잉게임(RPG) =RPG 분야는 포스트 스타크래프의 강자로 자리를 잡은 디아블로2의 위세에 눌려 다른 작품은 감히 출사표조차 던지지 못했다. 고작해야 EA의 「녹스」 정도가 명함을 꺼내놓을 정도로 말 그대로 디아블로2 판이었다.
하지만 이달 하순에 접어들면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3파트」와 위자드소프트의 「악튜러스」 등 국산 게임 2종이 도전장을 던졌다. 출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지만 두 작품 모두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창세기전3파트2는 발매 4일 만에 5만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주가를 높이고 있고 악튜러스 역시 국산으로는 드물게 발매 10여일 만에 2만5000장을 판매했다.
이 중 창세기전3파트2는 95년 처음 발매돼 이제까지 총 50만장이 판매된 「창세기전」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단숨에 올해 최고의 국산 게임으로 자리를 굳혔다. 개발사인 소프트맥스측은 이 작품이 RPG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99년 발매된 창세기전3(파트1)에서 처음 선보인 전략적 RPG(Strategic RPG) 요소를 강화하는 등 그동안 창세기전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집대성했기 때문에 이미 하락세에 접어든 디아블로2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타 장르 =전략 시뮬레이션과 RPG에 이어 제3의 인기 게임 장르로 자리를 잡은 스포츠 분야에서는 「피파2000(축구)」 「트리플플레이2001(야구)」 「피파20001(축구)」 등 EA의 스포츠 게임 3총사가 시장을 나누어 가졌다.
경영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애니미디어가 선보인 「롤러코스트 타이쿤」, 감마니아의 「편의점」, 감마니아의 「패스트푸드」 등이 인기를 모았다.
이밖에도 카마의 「레이보우 식스-로그스피어(액션)」 EA코리아의 「심즈(가정시뮬레이션)」 삼성전자의 「짱구는 못말려(아케이드)」 조이툰의 「프린세스메이커3(육성 시뮬레이션)」 EA코리아의 「심시티3000(건설시뮬레이션)」 등도 장르별 베스트 작품들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