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가볼만한 공연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설계하는 세밑 연휴다. 가족과 함께 느낌이 있는 문화공간을 찾아 연극이나 음악콘서트 한 편을 감상하면서 오랜만에 미뤘던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30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송년음악회는 한 해를 감동으로 마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지 1주년을 맞아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유명 오페라는 물론, 성악곡과 칸타타가 어우러져 송년의 풍성함과 감동을 깊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공연의 지휘는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최병철 단장이 맡는다. 서곡으로는 오페라 「아라리」가 소개되고 본 프로그램으로는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태리인」, 벨리니의 「카풀레티와 몬테키」, 그리고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등이 준비돼 있다. 우리가곡 「한강」 「산유화」 등은 가창과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

한국 최고의 프리뮤직 연주가들이 다양한 형태의 합주를 무료로 선보이는 「Free Music Concert 2000」이 30일 저녁 판아트홀에서 열린다.

연극 「사라치」의 음악을 맡고 있는 공연음악작가 박창수와 해금연주자 강은일, 첼리스트 박정민, 찰현금연주자 유경화 등이 함께 마련하는 이번 공연은 국악과 재즈, 팝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색 콘서트다. 특히 연주뒤 열리는 뒤풀이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음악을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토론도 하고 송구영신을 기원하며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특별한 기회.

2일부터 대학로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돼지와 오토바이」도 눈길을 끄는 무대다.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불 좀 꺼주세요」 등으로 유명한 이만희 작가와 강영걸 감독 콤비가 마련하는 이번 작품은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사람냄새가 물씬나는 훈훈함을 안겨준다.

가난하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주인공 황재규(유영환)와 그의 아내(허윤정)는 기형아를 낳게 되면서 삶이 질곡으로 빠져든다. 결국 살인죄로 황재규는 감옥에 가게 되고 아내는 외도로 집을 나간다.

예측불가능한 인생의 역경을 견뎌나가는 주인공의 삶과 1인 9역을 소화해내는 허윤정의 연기가 볼 만하다.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으로는 서울발레시어터가 마련한 송년가족발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있다.

30일 군포시민회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루이스 캐럴의 원작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바탕으로 서울발레시어터의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3막 전체를 발레로 꾸몄다. 화려한 음악과 안무, 재미있는 줄거리로 꾸며져 어린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상설 전시중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전」과 무예춤연구소가 30일 개최하는 「평화를 노래하는 검무」 등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 이벤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