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내년부터 60억원의 예산을 투자, 6개의 대형 국제전시회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전시회의 중복성과 무계획성이란 지적과 함께 민간전시 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무협은 내년 10월 부산시와 조선분야의 「마린위크」, 대구시와 「광학기기전」을 각각 열고 또 11월에는 「스포츠레저전」을, 2002년 2월에는 정보통신기기 전문전시회인 「IT텔레콤전」을 서울 코엑스에서 각각 개최하기로 했다.
무협은 이와 함께 광주시와 광산업관련 전시회를 추진중이며, 인천시와는 기계산업 및 가구산업분야 전시회 개최방안을 협의중이다.
그러나 무협이 추진하는 전시회 가운데 특히 기계분야와 정보통신분야는 이미 분야별 특화, 또는 종합화한 전시회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광산업전시회의 경우 무계획성으로 인해 관련 부처의 협조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러한 무협의 움직임에 대해 기존 전시업체들 역시 『코엑스를 자회사로 두고 사실상 전시수익사업을 벌여온 무협이 직접 전시사업에 뛰어들 경우 전문업체들의 입지 위축이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무협이 인천시와 협의중인 인천국제기계전시회 추진 계획은 기존에 국제적 성가와 입지를 확보한 국제공장자동화종합전(KOFA), 서울국제공작기계전시회(SIMTOS) 등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복 전시회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광주시와 협의하고 있는 광주국제광산업전시회 추진 계획의 경우 광주광산업단지 지원부서인 산자부조차 『광산업 단일품목 전시회 개최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지원을 않기로 했다.
게다가 2002년 2월로 예정된 「IT텔레콤 전시회」 역시 정보통신산업과 관련한 국제적 전문전시회들이 포진한 가운데 추진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전시회 추진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매년 열리는 정보통신산업 관련 전시회만 해도 「한국전자전」을 비롯, 「와이어리스엑스포」 「컴덱스코리아」 「국제컴퓨터소프트웨어통신전시회(KIECO)」, SW 및 인터넷관련 전문전시회인 「한국SW전시회(SEK)」 등이 수두룩하게 포진하고 있어 새로운 전시회의 설립이 과연 국제성과 경제성 확보에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까지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무협측은 『지역별로 특화한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된 전시회 차원으로 보아달라』고 말했다. 무협의 관계자는 또 『이들 전시회가 수익성 확보보다는 해외바이어 유치 등의 효과를 살리면서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시관련 업계는 『국제전시회 개최의 경우 최소한 2∼3년전부터 시장조사와 기획, 해외 유명전시회와 부스교환 등을 통한 홍보, 참가업체 등이 기본』이라며 『무협의 전시사업이 너무 성급하고 무계획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협이 직접 전시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후원기관의 위치에서 국내 소규모 전시회를 통합하고, 하노버 무역박람회와 같은 경제성 있는 국제적 전시회를 육성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