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대표 이중구 http://www.samsungtechwin.com)의 2000년 경영성적표는 겉으로 드러난 영업성적은 A학점인데 반해 주식시장에서 평가한 경영성적은 F학점이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주력사업이었던 항공을 떼준 삼성테크윈은 반도체분야의 사업을 강화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400억여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주 호성적이다. 지난해에는 17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에서 탈출한 것이다.
반도체분야로 사업역량을 집중한 것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물론 카메라사업도 실적이 아주 좋았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필름카메라는 68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신규사업인 디지털카메라에서도 25억원의 매출을 올려 그런대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주식시장에서 받아든 성적은 예상외로 나쁘다.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
연초 출발할 때만해도 주당 1만2200원 하던 주가가 지난 26일 마감장에서 주당 3870원으로 떨어졌다. 무려 68%나 떨어졌으며 연중최고점(2월 18일 1만4750원)에 비해 73%나 하락했다.
삼성 계열사 중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이다. 이는 시장 자체가 악화된 점도 있지만 항공 빅딜 이후 삼성테크윈의 경영을 별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테크윈의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삼성테크윈이 그 흔한 기업설명회(IR)도 하지 않았고 고위경영진들도 동종 타 기업들의 경영진들에 비해 대외홍보를 위해 적극 뛰지 않은 데 따른 열매를 고스란히 맛보게 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은 일찍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의 경영실적을 주식가치로 평가하겠다고 발표한 점에 비춰 볼 때 이런 성적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내년 초 시행될 그룹 정기인사에서 삼성테크윈 고위경영진의 물갈이를 포함한 퇴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회사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새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에 휩싸여 있어 이래저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삼성테크윈 입장에선 올해 실적이 좋기 때문에 내년에는 주식시장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