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결산

2000년 한 해 동안 TV 브라운관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 스타는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순간에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는 MBC의 「허준」이 평균 6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허준 역의 전광렬은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하반기에는 KBS 드라마 「가을동화」가 안방을 울리면서 송혜교와 원빈 등이 신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오래간만 TV에 출연한 최수종도 「태조 왕건」의 상승세로 남자 탤런트 인기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

2000년은 누가 뭐래도 KBS의 해였다. KBS는 올 한 해 가장 많은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드라마 부문에서 늘 MBC와 SBS에 밀려 「두 자릿수 시청률」을 만들어보는 게 꿈이었던 KBS가 올해에는 「가을동화」 「태조 왕건」 등에서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신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말에 시작한 「허준」으로 올 상반기까지 부동의 「드라마 왕국」 옥좌를 차지하고 있던 MBC는 의욕적으로 기획했던 작품들이 하반기에 잇따라 참패하면서 왕좌를 경쟁사에 넘겨주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올해 방송계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역사물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안방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허준」이 직장인 남성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허준」이 방영되는 날 저녁에는 거리가 썰렁할 정도였으며 모이기만 하면 「허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바람에 한의원과 한약방들은 밤늦게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허준」의 명성을 이은 것은 KBS 「태조 왕건」으로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왕건이라는 인물을 역사 속에서 재조명하는 이 드라마는 역사물로는 보기 드물게 40%대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1, 2위를 오가고 있다.

이밖에 정약용의 일대기를 다룬 「목민심서」에 이어 홍길동의 저자인 「허균」이 드라마로 제작됐다.

올해 방송 드라마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전통적인 역사, 멜로물 장르에 이어 코믹 드라마가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허준」과 「태조 왕건」이 역사물, 「가을동화」가 멜로물을 각각 대표했다면 코믹 드라마인 시트콤 부문에서는 SBS의 「순풍산부인과」와 MBC의 「세 친구」 등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종영한 「순풍산부인과」는 3년 동안 일일 시트콤이라는 쉽지 않은 장르를 개척하면서 오지명, 송혜교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이런 시트콤의 인기에 힘입어 SBS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후속작으로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올해 방송계는 선정성 시비로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웠다. 공영방송을 표방하고 있는 KBS와 MBC도 경쟁적으로 선정적인 장면을 방송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등 방송계 안팎이 선정성 시비로 얼룩졌다.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의 젖가슴이 노출된 장면이 여과없이 방영돼 시청자들과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로 인해 방송위원회뿐 아니라 문화관광부도 선정성 문제를 근절시키겠다고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