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추석에 나왔던 영화가 또 나오네. TV에서만 벌써 세 번째야.』
연휴 때마다 TV를 통해 만나는 영화는 너무 여러 번 봐서 친근하기까지(?) 하다.
재탕, 삼탕 보고 또 보는 지상파 채널의 단골 영화들에 식상한 사람이라면 케이블TV의 다채로운 특집 프로그램에 눈을 돌려보자.
올해는 특히 영화·음악은 물론 다큐멘터리·요리에 이르기까지 채널이 늘어난 만큼 내용도 알차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타깃층도 다양해 한바탕 리모컨 쟁탈전이 벌어질 듯싶다.
OCN은 새해 첫날 10시에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방영한다. 무려 60여년 전 제작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 작품은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의 잊을 수 없는 키스 신이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주인공 타라의 독백 신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한동안 TV 방영이 뜸했던 터라 오랜만에 만끽하는 고전의 향기가 남다르다.
같은 시간 유료채널 HBO는 일본 블록버스터 「춤추는 대수사선」을 선보인다. 엽기적인 살인사건, 경찰서 내 도난사건, 부국장 납치사건 등 동시다발로 벌어진 떠들썩한 사건들은 사실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된다. 일본에서는 TV 시리즈용으로 시작해 14개월 장기 상영이라는 흥행 성적을 거뒀고 국내에서는 주인공 형사 「오다 유지」의 귀여운 연기만으로 젊은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영화.
음악 프로그램은 어떨까. 지상파 3사가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때 맞춰 대규모 가요제를 준비하는 반면 m.net의 특집 프로그램들은 소박하지만 신선하고 생동감 넘친다.
31일 밤 방영되는 「송년특집-가요발전소 2000」은 지난 1년간의 가요계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시간.
서태지 컴백부터 백지영 비디오 사건까지 가요계 10대 핫뉴스를 결산하고 하반기 조성모·서태지·GOD 등이 강세를 보인 가요계 동향도 조목조목 분석한다.
1일 낮 1시부터 장장 6시간 동안 방영되는 「뮤직비디오 메가히트 슈퍼스타 스페셜」은 핑클·유승준·HOT·서태지 등 슈퍼스타들의 데뷔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히트곡과 라이브 실황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특히 기대 이상이다.
Q채널은 「아시아 음식문화기행」 13부작으로 새해 첫날을 연다. 1일 「몽골」 편에서는 드넓은 초원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양고기 요리와 각종 유제품 등을 즐기는 징기스칸의 후예들을 만나본다.
요구르트의 나라 터키, 카레하면 생각나지만 정작 카레 요리가 없다는 인도, 실크로드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의 맛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중국 베이징에 다다르면 대륙 요리의 향취에 저절로 빠져든다.
먹는 얘기하면 채널F의 신년특집 「떡, 우리의 떡」을 빼놓을 수 없다.
설떡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궁중요리연구원을 찾아가 듣는 우리 전통 떡 이야기나 한식전문점에서 찾은 개성 조랭이 떡국 맛은 케이크에 익숙해진 신세대들의 입맛까지 당긴다.
이밖에 CTN은 1일 저녁 7시에 인물 시리즈인 「20세기 한국인-민주주의의 잔다르크 박순천」 편을 방영한다. 김대중·장면·조병옥 등과 함께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순천 여사의 일대기를 조명함으로써 새해를 맞는 각오를 다시금 새기게 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