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비즈니스위크지와 닛케이비즈니스지는 각각 미국 최고경영자 애독서 10선과 일본 최고경영자 애독서 11선을 발표한 바 있다. 다소 시간이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선진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영자들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아닌가 싶다. 우선 미국 경영자 애독서 10선은 다음과 같다.
1.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The Good Life and Its Discontents)
2. 엔화의 가치(The Weight of the Yen)
3. 러시아 붐(The Comming Russian Boom)
4. 담배산업의 명암(Smokescreen)
5. 소니의 실패(Hit and Run)
6. 토크쇼 열풍 (Hot Air)
7.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The Car That Could)
8. 경쟁의 종말(The Death of Competition)
9. 신탁(神託)을 넘어서(Against the Gods)
10. 딜버트의 법칙(The Dilbert Principle)
일본 경영자 애독서 11선은 다음과 같다.
1. 신의 지문(神の指紋)
2. 뇌내 혁명(腦內革命)
3. 일본 경제의 역사적 전환
4. 자본주의의 미래
5. EQ(감성지수)
6. 로마인이야기
7. 맹상군(孟嘗君)
8. 신중국인
9. 노을의 향연(落日の宴)
10. 용의 밀약(龍の契り)
11. 남동생(弟)
미국 경영자 애독서를 분석해보면 10권 가운데 4권이 당시의 톱뉴스로 부각됐던 이슈를 흥미위주로 파헤친 책들이다. 위기에 봉착한 담배업계의 연막전략을 들춰낸 「담배산업의 명암」, 소니의 할리우드 입성을 다룬 「소니의 실패」, 타락하는 TV 토크쇼를 비판한 「토크쇼 열풍」, 전기자동차를 개발한 GM의 전략적 애환을 다룬 「GM의 전기자동차」 등이 그것이다. 흥미위주의 범주로 치자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다룬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샐러리맨의 직장생활을 다룬 「딜버트의 법칙」, 인류발전 역사가 위기관리 과정이었음을 주장하는 「신탁을 넘어서」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환경의 변화나 국제(무역)문제 등 이른바 딱딱한 책은 미국경제의 대일의존도를 파헤진 「엔화의 가치」, 러시아 투자를 낙관한 「러시아붐」, 기업의 윈윈 전략을 강조한 「경쟁의 종말」 정도다.
일본 최고경영자들은 어떨까. 11권 가운데 역시 7권이 소설이나 흥미물들이다. 우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로마인이야기」를 비롯해서 중국 전국시대의 재상을 소재로 한 「맹상군」, 개항시대 일본 고급관리의 일생을 그린 「노을의 향연」 등이 역사소설이고 「용의 밀약」은 홍콩반환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이다. 「신의 지문」은 1만년전 고대인의 메시지를 통해 미래에 대비한다는 내용이고 「남동생」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의 저자 이시하라 신타로가 암으로 죽은 동생을 회고한 내용이다. 「신중국인」은 두 얼굴을 가진 중국의 정치와 경제 전개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분석해 놓고 있다. 이밖에 「뇌내혁명」과 「EQ」도 흥미과학 또는 건강물이다.
딱딱한 책으로는 정보기술혁명에 대한 대응이 늦은 일본경제 비판서 「일본경제의 역사적 전환」, 자본주의의 위기를 분석한 「자본주의 미래」 정도다.
미국과 일본 최고경영자들의 독서습관을 통해 나타난 공통점 한가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들이 즐기는 책 대부분이 소설처럼 일정한 줄거리가 있거나 극적 전개과정을 수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발견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 경영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
「서현진의 독서산책」은 필자사정으로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감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